불행의 잔상들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생각하면 『연인』의 파격적인 사랑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고통』의 사랑은 다르다. 뒤라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과 가까운 곳에 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을 절절히 그린다. 후반부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했기에 미워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래도 우선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소설로 이해했다. 그 후의 내용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랑의 역사가 그런 것 아닐까 싶다.
뒤라스는 자신의 고통을 소재로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그렇게만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있다. 뒤라스는 고통을 받았기에 글을 쓸 수밖에 없었을까, 아니면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일까.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뒤라스는 스스로 불행을 불러왔고, 그 불행을 바탕으로 글을 썼지만 어쩌면 그 불행이야 말로 자신을 (어쩌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삶이란, 사랑이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이해를 누구에게도 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연인』을 읽고 뒤라스의 글에 흥미를 느꼈지만 그 이후로 어쩐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뒤라스의 자전적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뒤라스도 그 정도만큼 좋았다. 불행의 지점은 각기 달라도 그 불행의 결은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불행을 서둘러 피하는 편이다. 그것은 언젠가 천천히 찾아올 테니. 어쩌면 뒤라스를 이해하면 그의 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