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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연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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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y Sep 19. 2023

가을에 도착한 삶

2018년의 기억

태초의 것인 듯 오래된 증오와 영원할 것 같던 분노

허망하게 사라져 깊은 한탄뿐인데

작열하는 을 지나 가을에 도착한 삶은

껍데기인 듯 한없이 가벼워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


시간에 업혀 도착한 계절은 가난하고 가난하여

마음에는 찬바람이 들고  시린 한낱 빈집일 뿐인데

나는 이제 어찌하라고

가을은 속절없이 무르익어 완연한 시절이어라.


아니, 나에게 완연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언제나 가을이 절정에 치닫기도 전에 겨울은 찾아오는데
나이도 그렇듯 무르익기 전에
겨울 저녁 어스름에 지워지는 동네 뒷길처럼
손댈 수도 없이 단단히 얼어버리진 않을는지.


모든 것이 낯설어 바닥만 보며 걷는데

삶은 여전히 흘러 혹독한 계절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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