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서비스 그리고 사용자 연구의 흐름
아빠 차 조수석의 서랍에 존재하던 거대한 책을 기억하시나요? 전국 도로안내지도. 가보지 않았던 지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 거대한 책을 펼쳐놓고 빽빽하게 그려진 길을 살펴보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2025년 현재, 우리는 손바닥만 한 지도를 보며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죠.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지도를 펼치는 방식, 지도를 펼치는 이유도 시점도 과거와는 달라졌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더 이상 지도를 펼치지 않아요. 지도를 켜죠!
현대의 지도는 책에서 디지털 형태로 변화했어요. 특히,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애플리케이션(App)의 형태로 우리에게 제공되고 있죠. 대표적으로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티맵’이 있겠네요[1]. 이제 사람들은 지도를 켜서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하고, 저장하고, 찾아가서 방문 경험을 남기고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지도의 필수 기능이 된 장소 탐색과 대중교통 길 찾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지도 서비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의 변천사를 중심으로 살펴볼 거에요. 지도 서비스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또 길 찾기 관련해서 어떤 연구가 진행되어 왔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이를 바탕으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서비스를 살펴볼지 세모경 만의 기준도 정리해 볼게요.
[이번 글에서 이야기할 내용]
1.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의 변천사
2. 길찾기 경험에 관한 연구
먼저, 2024년 11월에 네이버(NAVER)에서 진행한 컨퍼런스 ‘DAN 24’의 키노트 세션을 통해 네이버 지도의 변천사를 살펴볼게요. 네이버 플레이스 사업 부서에서는 ‘네이버 지도’ 서비스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세계의 공간 정보를 온라인에 담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어요[2]. 때문에 공간에 대한 정보를 현실에 가깝게 제공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생각하죠.
‘네이버 지도’의 시작점에는 거리뷰∙항공뷰, 장소 검색, 주변 정보, 대중교통 정보 등이 있었어요. 즉, 처음에는 장소와 이동에 중점을 두고 있었죠. 2019년쯤부터는 내비게이션, 저장리스트, 맞춤형 장소 추천을 제공하는데요. 이때부터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기 시작해요. 2024년에 들어서는 플레이스, 예약∙주문, 기차 예매 등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며 MAU 2600만(2024년 기준)의 대표적인 올인원 오프라인 공간 정보 플랫폼이 되었죠.
'카카오맵'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카카오맵' 또한 현실의 정보를 지도에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3]. '카카오맵'의 시작은 1999년 12월에 시작된 다음의 지도 서비스였어요.
초기 의도는 생활 정보와 상업 시설을 지도 위에서 보여주는 것이었죠. 이후 지도 내 검색, 로드뷰∙스카이뷰 등을 제공하며 장소 정보 전달에 집중해요. 2009년에 모바일앱을 출시한 후부터는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 자전거도로, 대중교통 승하차 알림 등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기능을 출시하는데요. 모바일의 장점인 이동성을 살린 것으로 보여요. 2019년에 들어서는 초정밀 버스, 톡친구 위치 공유, 자전거 내비게이션과 같이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들을 고려한 기능이 추가됐어요. 비교적 최근 들어서는 트렌드 랭킹, 맵플루언서, 테마지도와 같은 콘텐츠를 도입하며 위치 기반 라이프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죠.
대표적인 두 서비스의 변천사를 통해 지도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처음에는 현실 세계를 온라인에 반영하기 위해 장소와 이동에 집중했지만, 점차 각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했어요. 결론적으로 이제 지도는 일상을 함께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어요. 누군가의 일상은 그가 가는 장소와, 그곳까지 가는 길, 그곳에서의 경험으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잖아요? 이제 지도는 일상을 함께하는 도구가 된 것이죠!
길 찾기(Wayfinding)에 대한 연구는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어요. 특히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는 대부분 길 찾기 과제를 제공하고 수행하는 과정을 관찰한 뒤, 인터뷰(또는 설문조사) 방법론을 추가로 활용하여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사용 행태 및 사용성 측면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어요[4][5][6].
한편 길 찾기 행위(WayFinding)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표 위치를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현재 자신의 위치와 비교하며 그곳에 다다르는 방법을 아는 것으로 규정”되며[7], 자신의 현재 위치와 자신을 둘러싼 환경 맥락을 지속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역동적인 행위로 여겨지는[4] 넓은 개념이에요. 따라서 길 찾기는 단순히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복합적인 개념”[8] 으로 봐야 해요.
그러나 현재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는 과정, 즉 정보를 탐색하는 행위까지 포함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권현정(2020)의 연구에서 아래와 같이 길 찾기 경험을 판단하기 위한 요소로서 사용성과 함께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제안하고 있으나, 길 찾기 과정의 사용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구가 대부분이죠.
길 찾기 과정에서 요구되는 사용성 및 신뢰성의 판단
▶︎ 사용성: 길 찾기 과제 수행에서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경로를 찾을 수 있는가?
▶︎ 신뢰성: 길 찾기 과제 수행의 결과로 획득한 정보를 믿을 수 있는가?
하지만 서비스 변천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최근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과제 해결 중심의 길 찾기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의 맥락을 포함한 길 찾기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어요.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사용자들이 주변 검색 기능을 길 찾기 기능보다 더 편리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죠[4].
즉, 우리는 목적지에 잘 도달하는 것만이 목표였던 사용자의 요구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목적지를 탐색하고 선정하는 과정까지 사용자의 여정에 포함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인터랙션이 요구되겠죠. 따라서 새로운 사용자 여정을 고려한 다양한 측면의 경험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길 찾기 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왔던 기존의 사용성 중심의 연구를 확장하여, 장소를 탐색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사용자 여정에 포함한 사례 조사(Case Study)와 사용자 조사(User Research)를 진행했어요. 길 찾기 과정을 사용자 여정의 중심으로 놓고, 길 찾기 행위 전과 후에 일어나는 여정을 추가했죠. 우리가 제안한 확장된 길 찾기 과정은 아래와 같아요.
[통합적 경험을 위한 확장된 사용자 여정]
장소 탐색 및 선정 → 길 찾기 → 장소에 대한 경험 남기기(리뷰)
사례 조사 단계에서는 대표적인 두 개의 지도 서비스('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를 분석했어요. 우리가 새로 정의한 사용자 여정에서 사용되는 공통 기능을 비교 분석하고, 각 서비스가 추구하는 바가 드러나는 특화 기능을 분류하여 분석했죠. 이 과정을 통해 각 서비스가 지향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요.
이후 사용자 조사 단계를 통해 지도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왜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약속 장소를 탐색하고 선정하는지, 어떤 서비스 기능이 매력적이고 당연한지, 어떻게 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을지 직접 묻고 분석했어요
앞으로 이어질 두 가지 조사 단계를 통해 ①사용자가 정보를 탐색하여 장소를 선정하고, ②장소를 찾아가고, ③이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만남을 위한 지도 서비스 경험>을 통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할게요!
[1] 모빌리티 앱 사용자 수 3,700만 명 시대! 모빌리티 앱 이용 현황. (2024, February 7). 와이즈앱. https://www.wiseapp.co.kr/insight/detail/501
[2]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 24] SPATIAL AI: 공간지능 혁신을 통한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의 미래. (2024, November 21). NAVER TV. https://tv.naver.com/v/64869074
[3] 지도는 움직이는 거야. (2021, July 21). 카카오. 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0362
[4] 권현정, 이지연. (2020-02-11).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의 도보 이용 시 이용자의 길 찾기 정보추구 행위에 관한 연구.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강원.
[5] 정윤진, 한덕환, 김민우, 박형래, 김신우. (2014-02-12). 네이버 앱과 다음지도 앱의 사용성 평가.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강원도.
[6] 최복규, 김근영, 강연아. (2020-02-11). 보행자 모바일 길찾기 서비스 사용성 개선을 위한 사용자 경험 연구.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강원.
[7] Weisman, G. D. (1979). Way-finding in the built environment: A study in architectural legibility. University of Michigan.
[8] 이명훈, 박순용, 고준호, 이소민. (2020). 미시적 관점에서의 시간대별 길찾기 앱 사용 여부의 결정요인 분석. 교통연구, 27(4), 4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