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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알감자 Mar 19. 2022

종이책이 지닌 힘을 믿어요




책을 구매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나는 열에 아홉은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는 종이책을 구매한다. 책의 표지는 정갈한지, 책날개에 적힌 작가의 소개는 흥미로운지, 목차를 훑어볼 때 독서욕을 일으키는지 살펴보는 다소 피곤한 구매 습관을 가지고 있다.


요즘 좋아하는 작가의 연재글을 정기 구독하는 중이다. 글 가운데 '언젠가 종이책의 시대가 끝나는 날, 인쇄소와 나(작가 본인)의 출판사 또한 막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것이 당장 목전에 놓인 상황이 아닌데도 심적으로 위기감이 들었다.


종이책의 독자는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화가 진보할수록 전자책, 오디오북과 같이 물성이 없는 무형의 도서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요량을 보인다. 접근성도 보관도 종이책에 비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다방면의 채널을 활용해 쉽게 독서할 수 있는데도 기어이 종이책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나는 고루한 종이책 수구 주의자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지닌 힘을 믿는다. 책장을 손으로 넘기는 질감, 재질과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종이의 냄새, 독서 도중 쉬어가며 꽂아놓는 책갈피까지. 물성을 띤 책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마력을 믿는다. 가방 속에 여러 권의 책을 챙겨 들고 밖을 나설 때면 누구도 기록을 재지 않아 도중에 얼마든지 쉬어갈 수 있는 마라톤을 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묵직한 책의 무게를 지고 마라톤을 뛰듯 천천히 책을 읽다 보면 몸과 마음에도 건강한 풍족함이 깃든다.


종이책의 힘은 조금 더딜지 몰라도 분명히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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