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배달의 세상. 삼시 세끼 심지어 1년 365일을 시켜 먹거나 사 먹을 수 있다고 해도 무방한 요즘. 직접 만들어 먹는 밥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시절 부모님께 치킨텐더 또띠아를 해주겠다고 온 부엌을 헤집어 놓았을 적부터다. 별 맛이 나지도 않았을 텐데 딸내미가 해준 요리라고 맛있게 먹어줬던 부모님의 반응에 '직접 요리해서 누군가를 먹인다는 것'의 보람을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밥을 해 먹은 시점은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겨 내 살림은 내가 챙기게 된 4년 전부터다. 비좁은 오피스텔 자취방 부엌에서 단출한 재료들로 간단한 요리들을 해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썩 맛도 있고 재미도 있는 것이다. 결혼 후 마련한 지금의 신혼집 부엌은 그에 비하면 태평양처럼(?) 넓어 나로선 요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렇다고 난다 긴다 하는 요리 전문가들이나 주부 9단들 같은 화려한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 해 먹는 수준만큼 이거나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우리의 소박한 집밥을 소개해 본다.
사실 요즘 부엌의 주연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다. 나보다 직장도 훨씬 멀어 퇴근하면 7시가 훌쩍 넘지만 오자마자 부엌에 들어가 임산부 저녁을 챙겨준다고 투닥거리는 남편의 뒷모습은 항상 분주하다. 나는 부엌에서 행복한 조연으로 전락했다.
다들 그러겠지만 가끔은 집에서 밥해 먹는 게 정말로 귀찮아 죽겠을 때도 있다. 일 끝나고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싶은 그 마음 우리도 매한가지다. 그럴 땐 그냥 맘 편하게 배달시켜 먹고 덜 피곤한 다른 날에 해 먹지 뭐. 집밥을 해 먹는다는 것은 습관화되어 있다고 해도 귀찮고 지난하다. 그래도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시켜 먹지 말자고 나 자신한테 다짐한다. 아무도 시킨 건 아니지만 그냥 안팎으로 건강하기 위한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삶을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