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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n 21. 2024

안 되는 일이 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대.

간절히 원해도 되지 않는다면 


보통 간절히 원하면 된다고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간절히 원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노력에 따라서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0번쓰기도 하고 새벽 기상도 하고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어떤 일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의식을 변화시켜서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대로 현실로 만들어보자.' 물론 맞는 말 입니다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만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육아휴직 3년을 코로나와 함께 보내고 복직을 하니, 저에게 황금 같은 여름방학이 주어졌습니다. 첫여름방학을 맞아하고 싶은 일은 무엇보다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동동이를 데리고 가는 첫 여행지가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비행시간이 짧은 일본, 홋카이도로 정했습니다. 여름이어도 선선한 기후에 초원이 펼쳐진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렇게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갑자기 신랑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랍니다.




그 말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한때 세계일주를 꿈꿨던 사람으로 코로나 때 육아를 하면서 나 홀로 집에 있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때의 저는 여행을 다녀온 기억으로 살았습니다. 갇혀 있을수록 더 선명하게 기억들이 되살아났습니다. 


언젠가는 자유로워질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만 더 아이가 자라기를 기다렸고 이제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는데 비행기 표를 취소하라는 겁니다. 




취소하자는 이유는 생활비가 감당이 안된다는 거였는데, 이제 3월이고 맞벌이로 월급이 들어온 지도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앞으로 나아질 거라고 다독이다가, 저도 모르게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내서 싸움까지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럼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당시에는 이게 저희 부부의 가장 심각한 싸움이었어요. 




학교에 가서 혼자 생각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그러니까, 신랑이 비행기표를 취소하자고 말하면 사실 그에 순응해서 비행기 표를 취소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여행이 가고 싶은 걸요!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이번에는 문자가 한통 도착했습니다. 바로 다음 달 카드값. 저는 문자를 보고 놀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6개월 할부로 끊었어야 하는 비행기표가 일시불로 결제되어 있던 것입니다. 


일시불로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겠다고 문자를 받으니 별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말대로 비행기표를 취소할 수밖에요.




비행기표를 취소하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이유를 전혀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제적 사정이 좀 나아지자 다시 비행기표를 끊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베트남이었고 7월이 아니라 8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런데 계획이 확정되고 얼마 안돼서였어요. 신랑에게 갑작스러운 해외 출장이 잡혔는데 그 날짜가 바로 전에 홋카이도 여행을 가려고 했던 7월 중순으로 잡힌 것입니다. 해외로 2주 동안 가는 출장이어서, 비행기표를 다시 예매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출장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아마 신랑은 갑작스럽게 담당자가 바뀐 그 출장에 갈 운명이었나 봅니다. 





마이클 싱어의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에서는 명상내맡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많은 명상 관련 책들은 삶에 대한 좋고 싫음을 놓아버리라고 말을 해요. 그것이 나의 취향일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때 저에게는 비행기 티켓이 집착의 대상이었습니다. 


취소하라는 말을 듣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게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삶의 수업이었나 봐요. 책을 읽을 때는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삶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실제로 실천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마이클 싱어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해지기로 선택하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나는 행복할 거야.'라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참 어렵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삶의 우여곡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삶 그 자체가 공부이고 오늘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제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된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저는 저의 인생 목표인 글쓰기를 꼭 붙잡고 있는 중입니다. 잘 안되더라도 계속해야죠.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어떤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고 자꾸 장애물에 부딪힌다면,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시기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것이 안 됨으로써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부딪히고 막혀있고 속상하더라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가장 커다란 스승님인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귀를 기울여 보시기를. 




* 사진: Unsplash의 Kinga H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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