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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04. 2024

혹시, 삶을 '내 방식대로' 살고 있지는 않나요?

교실에서 선생님의 방식이 과연 통할까?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고, 매일 교실로 출근을 합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직업이니까 아마 연말이 되고 내년이 되어도 무슨 일이 있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하는 선생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예전에 저는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선생님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아이들. 줄도 착착 서고, 구호도 딱딱 말하고. 수업 준비도 잘 되는 멋진 반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선생님들이 어떻게 교실을 운영하는지 유의 깊게 보고 따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학교에는 반대의 선생님들도 계시다는 사실!




그런 반에서 선생님은 큰 소리를 내지 않아요.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아이들의 개성이 아주 뚜렷해 지지요.


예전에는 그런 반을 보면 선생님이 제대로 교실을 잡지 못해서 아이들이 날 뛴다고만 생각했어요. (네, 정말이지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잡는다고 잡히는 존재인가요? 아니요. 전혀요.


지금의 저는 내려놨습니다. 이제야, 아이들이 고분고분 따라오는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죠.


그제야 아이들의 개성과 자유로움을 그대로 받아주셨던 선배 선생님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기도 해요.


뜻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너무나 많지요. 그런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내고 짜증 내고 툴툴거릴 수도 있어요.


교실에서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는 온몸에 잔뜩 긴장이 되기 마련이에요. 아이들이 내 멋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화도 짜증도 많아지지요.


그럴 때 필요한 건 꼭 내 방식대로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고 놓아버리는 거예요.




내 뜻과 다른 가족들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 직장생활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과

뜻밖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까지..


인생에 불어닥치는 수많은 일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내 방식대로'되지 않아요.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냥 놔두는 것. 놓아버리는 것.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화가 나면 울고 불고 발을 구르는 아이를 내가 잠깐 교실에서 만난다고 고칠 수는 없겠지요. 그래요, 어쩌면 좀 나아지게는 만들 수 있겠지만 결국 스쳐 지나갈 거고 아이는 아이대로 자랄 겁니다.


세상을 맞서기 시작하면, 온 세상이 전부다 도전이 되고 만대요. 저항하지 말고 내 맘대로 안된다고 속상해하지도 않는 게 아마 삶을 받아들이는 좋은 자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의 일도 모르는 나보다는 내 삶이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삶이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어보며, 오늘도 힘 쫙 빼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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