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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인데 하루에 두 번 학교에 가는 이유

학교는 그저 학교일뿐

지난주 화요일부터 방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인지요. 아마 학생들만큼, 아니 학생들 보다 더 교사인 제가 방학을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방학을 했어도 여전히 하루에 두 번 학교에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에 가는 시간은 출근 시간보다 조금 늦어졌습니다. 방학이니까 여유를 부려봅니다. 평소 8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했다면 이제 지각을 할 일이 없으니 9시까지 학교에 갑니다.


그렇다고 너무 여유를 부리면 안 됩니다. 동동이가 어린이 집에 늦게 가면 제 자유시간도 줄어드니까요.


동동이는 초등학교 안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동동이가 다니는 학교 어린이집은 여름방학이 아예 없습니다. (오예!)




그렇다면 어린이집 선생님은 어떻게 쉬냐고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방학 대신 자유롭게 연차를 쓰고 휴가를 갑니다. 선생님이 휴가를 가시면 대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요.


방학 첫날, 형 누나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동이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차에서 내려 엄마에게 묻습니다.


"형들은 모두 교실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


형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할까 봐. '어, 그래. 교실에 있을 거야.'하고 대답을 얼버무립니다. 그렇게 방학에도 무사히 동동이는 어린이집에 들어갑니다.




여름방학이긴 하지만 하루에 두 번씩 차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갑니다.


선생님들은 방학이면 학교 문턱에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매일 같이 학교에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운동장에 잡초가 수북하고요. 텃밭에 빨간 방울토마토는 아무도 따지 않습니다.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 몇 분과, 행정실 직원들 그리고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과 당직 기사님이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계십니다.




학기 중에는 학교 건물이 나를 짓누른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학중에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학교도 운동장도 그대로인데, 나의 마음이 가벼워진 것입니다.


오늘은 일치감치 동동이를 들여보내고 20분 동안 혼자 운동장을 걸었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서 햇빛이 들지 않아 선선했습니다.


이렇게 편안하게 운동장을 걸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손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기분이 좋고, 매미소리며 커다랗게 우거진 나무도 멋집니다.


아이들이 없는 조용한 학교. 그곳은 지구종말의 모습을 닮은 것도 같지만 평화롭습니다.





자유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나면 다시 학교에 갈 시간입니다.


오늘도 동동이는 씩씩하게 하루를 보냈겠지요. 하루하루 건강하고 씩씩하게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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