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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Sep 12. 2024
선생님이 정말 '직장인'일까?
논란, 그 속에서 나는
얼마 전 브런치에서 한 작가님이 쓴 글을 보았다. 느린 학습자 자녀를 키우는 작가님은 난처한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녀가 1/n이라는 걸, 그리고 선생님은 직장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적으셨다.
그 글 아래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선생님이 직장인이 아니면 무엇이냐? 뭘 더 바라는 것이냐. 선생님은 직장인이다. 그건 당연한 거다.
맞다. 선생님은 직장인이다. 그리고 노동자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글에서 선생님이 결코 그냥 직장인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보려고 한다.
교직 10년 차, 1학년 담임교사인 나는 요즘 직장인으로서 학교를 다니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 이유는 나를 '직장인'으로 여길 때 학교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로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매일 엄청난 소음 속에서 시달리기, 막 말하고 소리치고 짜증 내고 화내는 아이들 사이에서 평정심 갖기, 교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김치, 밥풀, 국물을 매일 닦아 원래대로 만들기. 그 밖에 수많은 것들.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도를 닦는 일이나 마찬가지처럼 느껴졌다. 진정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다른 일을 하는 게 옳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왜 교사가 돼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가. 지난 20년을 돌아봤다.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부터 꿈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힘들었던
나의
삶에서
선생님의
도움은
어떤
희망이었다.
대학교 때 공부방에서 지역 아동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봉사를 했다. 우리는 돈 한 푼 받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아이들이 좋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소외받는 아이들을 잘 지켜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아마 다른 선생님들도 느낄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에는 직장인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분명히 있다. 다만 잊히고 흐려져서 우리가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선생님이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는 건, 당신의 삶을 교직에 갈아 넣으라는 말이 아니다. 돈 받는 것 이상으로 노동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이 가슴에 어떤 '소명'을 간직한다면 매일매일 굴러가고 반복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거다.
내가 그렇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 자신에게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게 싫었다. 모두 육아의 연장으로 느껴졌고 아이들 사이에 '나를 가져다 놓은' 나 자신이 싫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연수를 가고 혼자 남은 학교에서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펑펑 울어버렸다.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다가 알게 되었다.
"제가 선생님이 된 건 힘든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였는데, 실제로 학교에서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이 힘들어서 미워하게 돼요. 그런 나 자신이 미워
요."
전화를 하다 알게 되었다. 아주 저 멀리 어딘가에 있던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이유. 그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인'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단 걸.
교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옛날 옛적에 '교직관'에 대한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교직은 '성직관', '노동직관', '전문직관', '공직관'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학생 때는 '성직관'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무슨 교직이 성직이야, 목사나 스님도 아니고. 그렇게 까지 해야 해?
그런데 교직 10년 차쯤 되니, 자꾸만 성직관이 떠오른다. 뭔가 특별한 걸 더 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선생님의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해 나가야 하는 일이 가슴속에 어떤 '소명'이나, '봉사정신'이나 '가치관'이 없다면 헤쳐나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왔다. 봉사는 보통 힘든 일이지만
불평하면서 봉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돈을 주지 않아도 이 일을 할래? 물어본다면 글쎄. 여전히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요가하면서 살면 최고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교직이라는 이 일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하는 이 일이 '봉사'라면 매일 같이 책상을 엉망으로 하고 가는 아이가 있어도 매일 그 책상을 닦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으로는 그런 짓은 못하겠지만 '봉사'라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고 나니 오늘 하루가 좀 더 살만해졌다. 나는 오늘 하루
봉사하러
학교에 간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 재미있으라고 수업도 하고, 급식 봉사도 하고, 청소 봉사도 한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더 있다. 나는 집에도 봉사하러 간다.
우리 동동이를 위해서. 내 자식에게 무슨 봉사냐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속 편하다. 육아의 자잘하고 소모적인 그 모든 것들을 해내기 위해 그냥 봉사라고 생각하련다.
* 사진:
Unsplash
의
ESMA // 에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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