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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Sep 22. 2024

그래, 내 글이 뭐라고

아티스트웨이 6주 차 : 겸손함

* 이 글은 줄리아 카메론의 책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웨이'를 읽고 매주 주어진 과제를 매주 실행하며 쓰는 글입니다.


지난주, 정직함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 나는 자신에게 매우 기대치가 높으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인해 화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다행히도, 이번주의 과제는 겸손함이다.




작가가 말하는 '겸손'의 의미는 이렇다. 창조성의 실현을 위해 당신이 하는 일이 '완벽하게, 즉시' 성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심지어는 자신이 실천하는 행동이 바보같이 보일지라도 계속해서 하는 것.


자신의 초보자임을 인정하는 것.


내가 하는 예술이 무의미할까 봐,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할 까봐 때로는 주저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뭔가를 창조하는 행위를 하면 우리는 성공한 것이고, 세상에 무의미한 예술은 없다.

- 199 p




<겸손의 실행 >


이룰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꿈을 말해보라. 지금 그것을 향한 가장 가벼운 걸음을 말해보고, 그 걸음을 내딛어라. 이 걸음은 아주 작아야 한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하나의 작은 걸음은 언제나 또 다른 걸음에 영감을 줄 것이다.


나에게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은, 내가 쓰던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다.




나는 내 글이 쓰기만 하면 대박을 치는 소설이 되리라고 믿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 소설을 완벽하게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앞 뒤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뛰어난 예술 작품들, 그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주 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첫 번째는, 복직이었다. 복직한 후에 3월까지 완성을 해 보려 안간힘을 쓰던 나는 그 후로 글을 놓아버렸다. 글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매일이 피곤하고 해야 할 일들로 꽉 차 있었다. 글을 쓰려면 어떻게든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두 번째는 엉망인 내 작품과 마주한 것이다. 그동안 고심해서 쓰던 글은 허물만 잔뜩 남긴 , 알맹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쳐다보기가 싫어졌고 미루다 보니 6개월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작은 발걸음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이다.


6개월이나 지나고 나니 내 글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쓴 글처럼 낯설기만 하다. 6개월 만에 내 원고를 읽었다. 일부 앞부분 몇 장을. 그게 나의 작은 발걸음이다.




<자아 내려놓기>


자아는 우리가 겸손한 초보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자아는 우리가 전문가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완벽함에 대한 자아의 요구를 무력화해야 한다.

-  202 p


나는 내 소설이 '대단한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은 2017년부터 써온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상황은 엉망이어도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좀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써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는 소설이 완벽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완벽주의>


완벽주의는 겸손의 반대말이다. 겸손을 우리로 하여금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반면에 완벽주의는 '제대로'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제대로 하기를 원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글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 것도, 글이 쓰기 싫었기 때문이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부담감이 너무 컸다. 그래서 노력하지도 않은 배워보지도 않은 '그림'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림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실수해도 괜찮고, 멋대로 칠해도 괜찮았다. 망했다고 느낀 순간에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림은 완성됐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림이 가치 있게 팔리지 않아도, 낙서일 뿐일지라도 그림은 위안과 기쁨과 만족을 가져다주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자체로 난 '화가'였다.




글쓰기에도 이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그만둔 것은 대박소설을 출판하겠다는 마음을 버린 것이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글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공모전에도 당선되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더라도 기쁘게 다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마음에 들게 색을 칠해나갈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한 번의 터치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색을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 내 글이 뭐라고.


나 자신에게 만족감과 기쁨과 환희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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