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기 전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가원에 가서 몸 풀기를 하면서도 기대없이 매트위에 앉아 있다. 이렇게 오랜만에 왔는데 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1시간 20분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많은 것을 해내고 만다.
겨울의 요가원은 따끈하다. 잔뜩 움츠려들어서 요가원에 도착하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몸을 풀어낸다. 몸이 따뜻해지고 근육이 조금씩 늘어난다.
가끔은 근육에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머물면 통증은 점점 가라앉다가 나중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게 되기도 한다.
마침내 선생님의 티칭에 따라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바로 그 자세를 마주한다. 뒤로 물러날 수는 없다. 한 번 시도해 보는 수 밖에.
너무 오랜만에 요가를 하면 몸에서 뚜두둑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내 몸을 들어올려 본다. 우르두바 다누라아사나.
요가에서는 매트 외에 다른 도구가 필요 없다. 오직 나의 몸을 이용해 나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다. 나의 몸을 들어올리는 것. 몸을 다루게 되는 것. 그것이 요가의 매력이다.
이 세상에 몸을 내 뜻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내 몸' 마저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하루를 보낸다. 몸이 힘들다고 증상을 보일 때도 이정도는 괜찮다고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몸 없이 존재할 수가 없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신랑의 야근으로 요가를 거의 못 갔다. 나의 몸은 그 동안 '앉은 자세'에 알맞게 근육이 짧아져 버리고 말았다. 특히 앉았을 때 수축되는 장요근은 끔찍하게 경직되어 있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딸 때 가뿐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와버렸다. 맞추어졌던 골반전방 경사도 돌아왔고, 생겼던 등 근육도 다 없어져버렸다.
속상하긴 하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게.
이제 새해가 다가온다. 12월에 생일을 넘기고 만 34세가 되었다. 아직 젊고 끝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본다. 6개월만에 좋아졌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처럼. 반대로 언제든 다시 운동할 수 있고,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