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하려는 월요일 아침. 유아용 철분제를 하나씩 나누어 먹고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조용해서 방에 들어가 봤더니 아이가 철분제를 들고 침대에 엎드려 기분 좋게 발끝을 까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아악!"
저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철분제가 사탕이라도 되는 듯 반통쯤 먹어치운 뒤였습니다.
요즘 SNS를 보면 밤중에 잠을 잘 못 드는 원인을 '철분 부족'에서 찾으면서 철분제를 먹으면 잠을 깊게 잘 수 있다고 광고를 합니다. 동동이는 지난번 한통을 하루에 하나씩 잘 먹은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한통을 더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으니, 그때는 약 뚜껑을 돌려서 열 줄 몰랐고 지금은 스스로 뚜껑을 딸 줄 알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철분제를 '곰돌이 사탕'이라고 소개했으니 동동이는 당연히 사탕인 줄 알고 약통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3세에서 5세 아이 하루 권장 섭취량은 6mg. 아이가 먹은 양은 144mg. 무려 24개입니다. 일단은 출근을 해야 해서 데리고 학교로 왔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보건실로 들어갔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해요. 철분제를 과다복용했어요."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교실로 올라왔는데 당연히도 수업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보건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소아과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철분제를 24알 먹었어요. 어떻게 하나요?"
"119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119라니.. 가슴이 쿵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동동이는 선생님이랑 키즈카페에 가는 중이라고 알림장이 옵니다. 선생님에게 물을 자주 마시게 해 달라는 부탁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연가를 쓴 남편에게 상황에 심각성을 알리고 119에 전화를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119에서는 병원 몇 군데를 안내해 줍니다. 남편이 병원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사이 보건 선생님에게서 카톡이 옵니다.
제약회사에 저 대신 문의글을 올리신 모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철분제를 24정 복용했다고 해도 그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흡수되지 않은 철분이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변비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하시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답변을 보고 한 시름 놨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철분제는 애초에 필요한 양만큼만 소장에서 흡수한다고 합니다. 체내에 철분이 이미 충분하다면 흡수 경로가 활성화되지 않고 소장에 머무르면서 활성 산소종이 장점막을 공격하거나 장 내 유해한 균의 증식을 증가시킵니다. 철분제 복용 후 4~6시간 내에 설사, 구토, 복통, 소화불량 같은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철분을 과다 복용하면 위벽에 염증이 생기고 궤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