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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28. 2024

'위키드' 에메랄드 시티에 살고 있습니다.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로!

위키드가 개봉하고 동동이를 살살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전체관람가이긴 하지만 초록 마녀가 나오는 만큼 무섭지 않다고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전체관람가 영화도 조금씩 무섭더라고요. (심지어는 사랑의 하츄핑에도 무시무시한 괴물이..)


뮤지컬 넘버들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위키드의 주옥같은 명곡들이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사랑스러운 '글린다'로 나오고요. 화려한 영상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글린다와 엘파바가 함께 부르는 popular, 엘파바가 날아오르는 defying the gravity. 그리고 One short day 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One short day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wLv49YbjSk

 one short day  (옥주현, 정선아)





모험을 떠나는 축제 같은 분위기에 마음을 들뜨게 하는 멜로디. 이 노래를 들으면 에메랄드시티에 가고 싶었어요. 마치 그곳이 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노란 블록길을 따라 도착하는 곳. 어떤 꿈이든 이루어질 수 있는 곳. 바로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에메랄드시티이죠.





뮤지컬 위키드를 본 것은, 2013년 위키드 한국 초연이었어요. 옥주현, 정선아, 이지훈이 나오는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당시 두 장에 30만원 가까운 티켓비. 갓 발령받은 신규교사였던 저는 한 달 월세와 맞먹는 티켓비로 엄마와 공연을 보러 갔죠.


엄마 손을 잡고 샤롯데로 들어가는 그 길이 마치 오즈로 향하는 길 같았습니다. 겨우 시간 맞춰 자리에 앉았어요. 공연은 대단했습니다! 엄마도 저도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공연을 봤어요.




그렇게 한동안은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위키드가 생각난 곳은 몇 년 뒤 다름 아닌 부동산이었습니다.


2018년 가을.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구하러 시어머니와 부동산에 있었습니다. 막 첫 아파트를 계약하려던 참이었죠. 그때 저는 평생 살아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도시에 신혼집을 구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에메랄드로'였습니다.

네, 진짜 에메랄드로요.





저희 집은 도로명주소로 '에메랄드로'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그 주소를 보자마자 저는 위키드를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여기 살 운명인가?' 생각하며 혼자 속으로 웃었습니다.


그래, 에메랄드 시티에 살아보는 거야!


그 집으로 이사를 해서 신혼을 보냈고, 동동이를 낳았고 세 식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택배를 시킬 때면 가끔 주소를 보곤 합니다. 주소를 보면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나고, 위키드가 생각이 나고, One short day의 경쾌한 음악이 생각납니다.


이곳에 영원히 살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첫 아파트, 신혼, 가족에 대한 기억이 담긴 곳이 여기라서 기쁩니다.


세상은 거칠고 무심한 척했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바람들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사적인 바람들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날아오르는 엘바파의 마지막 모습처럼 날아오르기를 소망합니다. 


'이래서 저래서 안돼. 세상은 원래 이렇게 굴러가는 걸.'


세상의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 숨 쉬며 살기를 원합니다.


마음에만 감춰왔었던 '에메랄드 시티에 살고 싶다는' 유치하고 조금은 이상한 소망도 이뤄지니까요. 아이 같은 마음으로 작은 무언가를 좋아해 보면 어떨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CSDCNhEASg8

뮤지컬의 엘파바 역을 맡은 배우 'Idina Menzel'가 부르는 Defying Gravity




러닝타임이 160분이었던 영화였는데 4살 동동이도 끝까지 보는 데 성공했어요. 아마 글린다가 예뻐서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로는 느낄 수 없는 장면을 표현한 영상들이 있으니 영화도 꼭 보시고, 또 뮤지컬을 안 본 분이시라면 뮤지컬도 강력 추천드립니다.


에메랄드 시티에 여전히 잘 살고 있는 제가 좋은 기운 나눠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중력을 거슬러! 출처 : 나무위키 '위키드'




*사진 : 영화 '위키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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