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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공개수업
1학년 첫 공개수업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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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을 하고 일찍 학교에서 나왔다. 교실에서 뭘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조퇴했다. 같이 공개수업을 한 2반 선생님도 벌써 밖이란다. 그래 빨리 짐을 싸자.
오늘은 어제처럼 춥지는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서 누워버리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나왔으니 공원으로 향한다.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 팝콘치킨을 산다.
학교 끝난 아이들을 위한 분식집이다. 예전에 500원 1000원 하던 컵 떡볶이가 이제 1000원 2000원이다. 2000원을 내고 커다란 커피컵에 담긴 떡볶이를 동동이와 나눠먹는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저녁을 대충 때웠다. 귤도 까먹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우유도 따뜻하게 데워먹는다. 다 먹고 결국 뻗어버렸다. '공개수업이 원래 이런 거였나?' 공개 수업을 안 한지 3년은 된 것 같다.
오랜만에 공개수업을 하니 좋은 점도 있다. 마치 교생 선생님처럼 교단에 선 느낌이 싫지 않았다. 미뤄오던 교실도 깔끔하게 정리하니 한결 보기 좋았다. 역시 누군가를 초대해야 제대로 청소가 된다.
그동안 만족하면서 썼던 분필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칠판도 깨끗하게 지웠다. 이렇게 걸레를 빨아서 지우면 되는 건데, 왜 그동안 더러운 칠판에 판서를 했던가.
1학년은 처음이라서 부모님이 상당히 많이 오셨다. 우리 학교는 1학기 공개수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담 없이 좋기도 했다. 다른 학년들은 동아리 발표회를 공개수업으로 대체했는데 1학년, 2학년은 교실에서 수업공개를 하기로 했다.
연구부장님이 안 계신 사이 내가 그렇게 결정해버렸다.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에게 1학년 아이들이 처음으로 교실에 앉아서 수업 듣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수업공개를 하니 없던 힘도 난다. 조금 재미있기도 하고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12명 밖에 안되는데 발표를 한 번씩 골고루 시켜주면 좋았을 걸. 뭐 그런 것들.
수업이 끝나고 한 껏 들뜬 아이들이랑은 뭘 해도 진정이 잘 안 됐다. 진정시켜보려고 하다가 집에 갈 시간이 됐다. 그래도
집에 가는 발걸음이 뭔가 뿌듯한 모양이다.
부모님이 수업을 보러 오지 못한 아이들은 속상함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너무 속상해서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표정이다. 그 아이들 손을 꼭 붙들고 간식을 가지러 간다.
"우리가 가져가서 친구들 나눠주자!"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을 땐 '아, 공개수업이 이래서 힘들지.' 하다가도 또 뒤돌아서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기억이기도 한 것 같다.
오늘도 뭐 하나 잘 해낸 나에게 칭찬의 박수를 날린다. 정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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