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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Feb 22. 2023

아기와 단 둘이 남겨졌을 때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아기와 단둘이 남겨진 날. 그 막막함을 이루 말할 수 없어. 신랑은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출근을 하고 아기와 나 단둘이 남겨졌어. 


매일같이 목욕물을 받으면서 신랑이 목욕시키기 전에라도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어. 퇴근하면 목욕은 아빠가 시켜준다며. 그런 소리를 듣고 나니 목욕을 시킬 때마다 우리 신랑은 왜 안 오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거야. 한 손으로 아기를 옆구리에 끼고 머리를 감길 때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비눗방울’ 노래를 불렀어. 


"쏙쏙쏙 방울~ 빙글빙글 방울~"

 

목욕도 순식간에 끝내 버렸지. 5분이나 걸렸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심기가 불편해져서 찡찡거리고 버둥대기라도 하면 온몸이 젖었어.


집은 엉망이어도 밥은 챙겨 먹어야 했어. 밥을 먹어야 모유가 나오니까. 나의 하루는 아기의 아기를 위한 아기 중심의 하루였지. 통통한 볼과 접히는 허벅지, 눈이 마주치면 피식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이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어. 한번 울음이 터지고 나면 어떻게 할지 몰라서 진땀을 뺐고. 이 애증의 관계는 뭘까.      




흔들어 주는 걸 너무 좋아해서 결국 흔들의자를 들여놨어. ‘국민 수유 의자’라고 하는 의자에는 흔들의자용 부품을 끼울 수가 있더라. 안고 계속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의자에 앉아서라도 열심히 흔들어 주겠다는 마음이었어. 


항상 성공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아기를 재우는 데 도움이 됐어. 다만 흔들의자에서 안고 재우면 바닥에 내려놓을 수 없어서 그냥 나도 앉은 채로 잠깐 잠을 자야 했지. 푹신하고 커다란 담요를 받쳐서 팔에 힘을 놓아도 떨어지지 않게 해 놓고 잠이 들었어. 어느 날은 하도 깊게 자서 나중에 깼을 때 아기가 잘 있나 깜짝 놀란 적도 있었어. 




그러다가 요령이라는 게 생겨서 아기를 재우고 나도 편하게 누워서 잘 방법을 터득했어. 바로 아기를 안은 채 배 위에 올려놓고 누워버리는 거야. 잠든 아기를 조심히 안고 소파로 가서 그대로 뒤로 누웠어. 적당히 아기를 신경 쓰면서 겁은 먹지 말고 과감하게 누워야 해. 아기 위에 얇은 이불 하나를 덮어주면 아기도 자고 나도 편하게 누워서 잘 수 있었어. 


비록 배 위가 묵직해서 마치 임신 막달 같기는 했지만 불편하게 앉아 자는 것보다 훨씬 좋았지. 달콤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개운했고 가끔은 충분히 자고 일어났는데 아기가 자고 있을 때도 있었어. 그러면 슬그머니 아이를 혼자 소파 구석에 눕혀놓고 빠져나와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어. 그때는 아무 일 없이 잠만 잘 잤으면 했어. 울지 않고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나는 게 소원이었지.     




어느 날은 나도 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아파서 누워있으면 누가 나 대신 아기를 봐주지 않을까. 나도 좀 편히 누워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수록 어찌나 튼튼했는지 감기도 걸리지 않았어. 몸살이 날 것 같으면 어느새 하루 이틀 만에 자연스럽게 나았어. 잠도 푹 자지 못했는데 왜 그때는 아프지도 않았는지 몰라. 


어느새 아기와 나를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가 없었어. 아기가 있는 곳에는 내가 있어야 했어. 아기를 두고 밖에 나가는 건 소박하고 강렬한 자유였지. 사랑스러운 아기였지만 나에게는 너무 무거운 너. 우리는 그렇게 울음과 웃음 속에서 한 사람이 되어갔어.


*사진: UnsplashMinnie Z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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