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Feb 16. 2023

남동생과의 불편한 동거생활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산후도우미가 가고 최대의 위기가 올 것 같았지만 그러지는 않았어. 아직 집에 나와 아기 단둘은 아니었거든. 마치 투명 인간처럼 왔다 갔다 하기는 했지만 동생이 남아 있었어. 동생은 아기가 태어나고 조심하느라 잔뜩 긴장해 있었지. 아기에게 가까이 가지도 아기를 만져보지도 못했어.


한술 더 떠서 주말에 동생이 외출하고 돌아오면 밥도 방에서 따로 먹게 했어. 혹시나 코로나 잠복기일지도 모르잖아. 아기가 태어난 그해 2월에는 코로나가 기승이었거든. 아마 동생이 정말 눈치를 봤던 건 아기가 아니라 아기를 돌보는 누나였을 거야.


동생은 거의 방에서 생활해서 육아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 아기는 처음 보는 데다가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지. 신랑도 남동생뿐이고 나도 남동생뿐이라 삼촌들이 집에 올 때면 그 작은 아기를 만져보지도 못하는 어색함을 듬뿍 담은 눈빛만 느낄 수 있었어. 

   




동생이 남아있는 동안에도 나는 여러 차례 무너졌어. 아기는 끊임없이 자신을 안고 돌아다니라고 요구했어. 신생아 때 안고 걸어 다니면서 재워주던 것이 적응되서 누워서는 도무지 자려고 하지 않는 거야. 그러면 나는 우는 아기를 안고 어떻게든 재우려고 노력했어. 


하루에도 낮잠을 몇 번씩 자는데 도무지 어떻게 재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 아기가 5kg을 넘어서면서는 얼마나 무거웠는지, 돌덩이 같은 아기를 계속 안아줄 수가 없었지. 결국 어느 정도 울릴 수밖에 없었고 가끔은 같이 울어버렸어. 


그 사이에 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방에서 공부를 했어. 아기가 울어도 방에 있는 동생은 나와보지도 않았지. 잠자코 방에 있는 게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최대한 방해가 안 되게 생활하려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그런 동생이 답답했고 한 번은 소리를 질러서 동생을 불러냈어.


"야, 너 내 목소리 안 들려? 내가 나오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알아?
방구석에 처박혀서 도대체 뭐 하냐?"

꾹꾹 참던 동생은 묵묵히 누나의 심부름을 하다가 한숨을 팍 내쉬었어. 


”누나 나한테 너무 짜증 내는 거 아냐?“

”어, 맞아. 너한테 짜증 내고 화풀이하는 거야. 그럼 내가 너 말고 누구한테 화풀이하는데!“




하긴 내가 모유 수유를 주로 거실 소파에서 했기 때문에 동생이 아무 때나 거실에 나오기도 민망한 상황이었어. 이래저래 우리는 불편한 동거인이었지. 하지만 적어도 그때 나는 이 집에 아기와 둘이 남겨지지는 않으니까. 


기름진 음식을 먹고 유선이 단단히 막혀서 가슴 마사지사를 집으로 부르면 동생은 한 시간 동안 아기를 안고 봐줬어. 처음에는 그렇게 아팠던 가슴 마사지인데, 나중에는 유선을 뚫어 주는 게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더라고,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지. 


동생은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어설프게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녔어. 삼촌의 품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겠지만 아기는 끊임없이 돌아다녀 주는 노력에 감동했는지 끝내 안긴 채로 잠이 들었어.


“누나, 어떻게 해? 자.”     


동생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왔을 때 아기는 반쯤 밑으로 내려와 배에 간신히 붙어있었어. 신랑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기를 안아준 적은 없었거든. 아무리 남자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안으면 몸살이 날 텐데. 비로소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그렇게 한 두 번 아기를 진하게 안아준 일은 잊을 수가 없어.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기에 동생은 곧 짐을 꾸렸어. 그렇게 나는 정말로 혼자가 되었지. 



*사진: UnsplashBia Octavia


https://blog.naver.com/gmj4119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