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었고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함께여야만 한다.
- 드라마 '산후조리원'
에세이의 마지막을 정리하니 벌써 아기는 20개월이 되었어. 글을 쓰는 두 달 동안 무력했던 기분에서 벗어나 정신이 번쩍 들었어. 새벽 4시에 일어나서도 글을 쓸 수 있었고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지.
아기는 엄마가 일찍 일어나는 걸 알았는지 평소 6시, 7시까지 자 주던 것을 멈추고 엄마랑 똑같이 4시 30분에서 5시 30분 사이에 일어나기 시작했어. 그러면 글 쓸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책상에 앉아야 했어.
나는 아직도 평범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아기 엄마야. 이웃에게 친절하게 대해야지 마음먹었지만 아직도 운전할 때면 어처구니없는 사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해.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이웃만 있는 건 아니야. 힘들고 지칠 때 나를 도와준 여러 명의 천사를 만났거든. 그런 사람들은 지인이기도 했지만, 그저 한순간 마주친 뒤에 사라져 버린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기도 했어.
무리하게 분리수거 쓰레기를 들고 나와서 유모차와 쓰레기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안 될 때, 직접 분리수거장까지 쓰레기를 옮겨준 아기 아빠.
건널목 앞에서 유모차에 안 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 때문에, 유모차를 밀면서 몸부림치는 아이를 안고 억지로 길을 건널 때, “제가 유모차 밀어드릴게요!”를 외쳐 주었던 아가씨.
카페 앞 의자에서 장난치는 아이를 두고 저 안에 들어가서 차를 한잔 먹을까 말까, 고민만 하고 있을 때, 아기가 정말 씩씩하다며 차를 사서 건네준 아저씨.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 세상에 감사하고 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 것에 창피함을 느끼기도 해. 과연 나는 다른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그 순간 선뜻 손을 내밀었을까.
도움을 줬던 순간보다 ‘어떡하지?’ 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말았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왠지 창피하고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거든. 오늘은 천사가 되어봐야지.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다짐해. 어제는 그렇지 못했어도 매일 새로운 날이 또 찾아오니까.
이제 20개월이 된 아가는 얼마나 귀엽고 똑똑해졌는지 몰라. 수많은 걱정이 무색하게 튼튼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어. 작은 두 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엄마!” 하며 헤헤 웃을 때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느낌이야. 찌그러졌던 뒤통수는 이제 다 돌아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상이 참 예쁘다고 칭찬할 정도야. 한자리를 어엿이 차지해서 우리 식구가 셋이구나, 확실히 느낄 수가 있지.
이번 주부터 아이는 하루 한 시간씩 어린이집에 가게 됐어. 보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역시나 가장 가깝고 안전한 곳에 우리를 위한 어린이집이 나타났어. 타이밍마저 적절해서 대기 없이 갈 수 있었지. 이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삶을 조금씩 찾아보려 해.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정말로 몰랐을 거야. 세상에 그런 힘든 시간이 있단 걸 말이야. 지금의 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야. 기억들이 힘들고 어렵고 막막한 것이었더라도 이제는 그 기억을 양분 삼아서 앞으로 나가보려 해. 오늘도 버티고 있을 엄마들이 조금 더 따스하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 그리고 얘들아 1기 작가님들 제가 이렇게 무사히 첫 연재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에세이라는 걸 처음 써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브런치'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꾸준히 뭔가를 해낸 것이 아마 여기 계신 글동무님들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는 요가에 대해서, 그리고 책에 대해서, 일상의 단상들에 대해서 좀 더 다채로운 글들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네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
*사진: Unsplash의Art Lasov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