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신랑과 유일하게 시간을 내서 보는 예능이 있어. 바로 유재석 조세호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야. 거리에서 만난 이웃들을 인터뷰하고 퀴즈를 풀었던 예능은 코로나 이후에 게스트를 모시는 형식으로 바뀌었어. 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웃들이 등장하지.
어떻게 작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신랑과 함께 이 예능을 봤어. 그리고 깨달았지. 얼마든지 그럴 수 있구나. 이미 우리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이웃이지만 사실은 반짝거리며 빛나는 사람들이 있었어. 유재석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조세호도 침묵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었지.
약국에서 버는 돈으로 라오스에 학교를 짓는 약사님이 계셔. 처음 떠난 라오스 여행에서 부스럼이 난 소녀를 보고 다음에 와서 다 나았는지 보겠다고 약속을 했어. 약속은 그 후로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어. 약을 건네주었던 사소한 봉사는 커져서, 이제는 그곳의 아이들이 약사님이 지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공부를 해.
학교를 짓는 건축비며 교과서, 학용품까지 모두 사비를 들여 한 일이야. 보통 이러면 부인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도 않아. 부인도 자식도 있는 약사님은 자신이 하는 봉사가 바로 노후 대비라며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어.
약사니까 돈을 그만큼 많이 버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사람은 또 있어. 매일 아침 빵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을 위해 나누어주는 빵집 사장님도 계셔. 방송을 보면 그분이 절대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 넘치도록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나누는 것은 분명 아니야. 하지만 그분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행복해했어.
이런 방송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에 강렬한 따스함을 느껴. 그리고 깨닫게 되지. 한 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가 있구나. 그걸로 충분했어.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로.
여전히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방송을 봤다고 하루아침에 봉사를 시작하거나 나누는 삶을 살게 된 것도 아니고. 오늘도 차곡차곡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쌓아가고 있어. 하지만 그분들의 따스함으로 내 가슴이 약간 데워졌다는 건 분명해. 그리고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사실이야.
어렴풋이 그렇지만 확실하게 다가온 또 다른 세상은 삭막하고 단절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따뜻했어. 마치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훈훈한 기운을 내뿜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 네가 가야 할 길은 이쪽이라고.
지금은 알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이라는 걸. 그러면 나에게 큰 도전이었던 세상은 어느새 반짝이는 선물로 바뀔 거라는 걸.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의 어떤 일들도 더는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었던 두려움 대신 사랑을 조금 더 담아보기로 했지.
*사진: Unsplash의nina lindg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