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싸움의 종지부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결혼하고 신혼 초에 숱하게 신랑과 싸웠어. 임신하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아기 앞에서 소리 지르고 싸우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가끔 틀어질 때면 더 날카롭게 서로를 베고 말았지.


이런 싸움을 어떻게 멈춰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 내 말을 듣고 있냐고, 들어달라고 신랑을 윽박지르기만 했지. 항상 어느 정도는 ‘내가 옳고 신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 식으로 싸움은 끝도 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어.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신랑에게 더 각박하게 굴기도 했어. 초중고 시절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우리는 매일같이 시달렸거든. 그때의 삶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뱀 같은 느낌이었어.


아버지는 시뻘건 얼굴로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도 다음날이면 기억을 못 했어. 또다시 마주 앉아서 밥을 먹어야 했지. 그 헤어 나올 수 없는 굴레에서 빙글빙글 도는 끔찍함이란. 하루빨리 집에서 나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어.


아버지는 내가 대학생이 된 이후에 술을 끊었고 지금까지도 술을 마시지 않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지. 어떻게 술을 끊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해. 집을 나온 이후로 거의 들어가 본 적이 없거든. 하지만 술을 끊었는데도 기억은 계속 반복됐어.




신랑이 조금만 회식을 하고 늦게 와도 불안하고 화가 났어. 안절부절못해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온몸에 피가 돌지 않아 덜덜 떨렸지. 그런 기다림 속에서 버티고 버티다가 신랑이 오면 차갑고 무시무시한 칼날을 신랑에게 꽂았어.


무의식 중에 스며든 또 다른 기억은 아빠에게 시달리는 엄마의 모습이야. 엄마는 이혼도 하지 않고, 집을 뛰쳐나가지도 못하고, 그 반복되는 끔찍한 나날들을 그저 버텨냈어.


또 며칠 뒷면 찾아올 폭탄 맞은 집안과 엄마의 무기력함에 진저리가 나서 나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지. 그런 기억은 나를 보호하려는 방어막이겠지만 부부생활에는 일절 도움이 되지 않았어.




이 책의 요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제로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제로 상태에서는 어떤 생각도, 말도, 행동도, 기억도, 고정관념도, 믿음도,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다.


-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여는 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는 게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실천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어. 그저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때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하고 말하는 것이었어.


아기 밥을 차려놓고 식탁에 앉아서 아이에게 말했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속으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라고 말하고 식사를 시작했지. 그렇게 하루에 세 번 그리고 운전하러 나갈 때마다 이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어.


특히 다시 운전을 시작하면서 핸들을 잡을 때마다 졸음운전으로 박았던 그 차를 생각하면서 이 말을 했어.




당연히 처음에는 변하는 게 없었어. 하지만 아주 서서히 싸움이 줄어들었어. 싸울 때도 잊지 않고 속으로 이 말을 중얼거리면 내가 신랑에게 공격하는 일이 적어졌거든.


여전히 신랑은 나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상처를 받고 혼자 아파해. 그리고 가끔은 그걸 나에게 소리 내 말하기도 하지. 하지만 이건 알고 있어.


신랑이 그렇게 말하는 건 나에게 싸우자는 게 아니라는 걸. 더 사랑해 주고 인정해 달라는 표현이란 걸 말이야. 예전 같으면 같이 죽자 살자 덤볐을 테지만 이제는 빨리 인정해. 미안하다고.




사실 너무 힘들고 피곤한 날에는 나도 모르게 말이 엇나가기도 해. 하지만 그럴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이렇게 해도 얻는건 없다는 걸 아니까. 결국 나 자신은, 스스로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걸. 어딘가 다른 곳에서 위안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았어.


편안해진 마음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만들었어. 비록 그 편안함이 아직은 위태롭긴 해도. 결혼 생활은 아마 그 마지막까지도 서로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하려는 노력의 과정이 될 거야. 그 안에서 내가, 그리고 신랑의 삶이 평화롭고 즐겁기를.



*사진: UnsplashHarli Ma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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