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지만

코로나와 함께한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

신랑과 유일하게 시간을 내서 보는 예능이 있어. 바로 유재석 조세호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야. 거리에서 만난 이웃들을 인터뷰하고 퀴즈를 풀었던 예능은 코로나 이후에 게스트를 모시는 형식으로 바뀌었어. 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웃들이 등장하지.


어떻게 작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신랑과 함께 이 예능을 봤어. 그리고 깨달았지. 얼마든지 그럴 수 있구나. 이미 우리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이웃이지만 사실은 반짝거리며 빛나는 사람들이 있었어. 유재석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조세호도 침묵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었지.




스크린샷 2023-04-26 155434.png
스크린샷 2023-04-26 155606.png


약국에서 버는 돈으로 라오스에 학교를 짓는 약사님이 계셔. 처음 떠난 라오스 여행에서 부스럼이 난 소녀를 보고 다음에 와서 다 나았는지 보겠다고 약속을 했어. 약속은 그 후로 1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어. 약을 건네주었던 사소한 봉사는 커져서, 이제는 그곳의 아이들이 약사님이 지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공부를 해.


학교를 짓는 건축비며 교과서, 학용품까지 모두 사비를 들여 한 일이야. 보통 이러면 부인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그렇지도 않아. 부인도 자식도 있는 약사님은 자신이 하는 봉사가 바로 노후 대비라며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어.


스크린샷 2023-04-26 154832.png
스크린샷 2023-04-26 160023.png

약사니까 돈을 그만큼 많이 버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사람은 또 있어. 매일 아침 빵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을 위해 나누어주는 빵집 사장님도 계셔. 방송을 보면 그분이 절대 풍족하게 생활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 넘치도록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나누는 것은 분명 아니야. 하지만 그분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행복해했어.




이런 방송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마음에 강렬한 따스함을 느껴. 그리고 깨닫게 되지. 한 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가 있구나. 그걸로 충분했어.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로.


여전히 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방송을 봤다고 하루아침에 봉사를 시작하거나 나누는 삶을 살게 된 것도 아니고. 오늘도 차곡차곡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쌓아가고 있어. 하지만 그분들의 따스함으로 내 가슴이 약간 데워졌다는 건 분명해. 그리고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사실이야.




어렴풋이 그렇지만 확실하게 다가온 또 다른 세상은 삭막하고 단절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따뜻했어. 마치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훈훈한 기운을 내뿜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 네가 가야 할 길은 이쪽이라고.


지금은 알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이라는 걸. 그러면 나에게 큰 도전이었던 세상은 어느새 반짝이는 선물로 바뀔 거라는 걸.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의 어떤 일들도 더는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었던 두려움 대신 사랑을 조금 더 담아보기로 했지.


*사진: Unsplashnina lindgre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