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크릿의 진짜 씨크릿

우리가 외우고 믿었던 것과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

by 카이
"공식"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묘한 거부감을 느낀다.


성공하려면 이 공식을 따라라, 이 공식대로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공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어떤 결과를 내는 방법도 사실은 무수히 많다. 수백, 수천 가지의 경로가 존재하는데 우리는 유독 몇 가지 공식으로 그것을 정형화하려 한다. 그리고 설령 그 수많은 방법들을 모두 체계화한다 해도, 결국 개개인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기에 나에게 맞는 단 하나의 공식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내가 공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하게 된 출발점이다.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방법론을 접했다. 애자일, 린, 디자인씽킹, 각종 프레임워크들.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어느 하나도 절대적인 공식이 될 수는 없었다. 프로젝트마다, 팀마다, 시장 상황마다 통하는 접근이 달랐다. 중요한 건 방법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제품을 만드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에 대한 본질적 이해였다. 공식은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답은 아니었다.


이 깨달음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최근 열 살 아들을 레고 코딩 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그 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코딩 문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문법을 먼저 가르치지 않는다. 그곳의 커리큘럼은 아이들에게 먼저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팀으로 탐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코딩이라는 도구를 익히게 되는 방식이다.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본질과 목적을 먼저 규명하는 교육. 이것이야말로 내가 아이에게 원하는 배움의 형태였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을 돌아보면 이와는 정반대였다. 한국에서 수학을 배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식을 암기했다.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삼각함수 공식, 미적분 공식들. 우리는 그것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유도되는지보다 공식 자체를 외우고 대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교육 방식은 단순히 수학 시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의 사고 방식 깊숙이 각인되어, 어른이 된 후에도 무의식중에 삶에도 어떤 공식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게 만들었다.


시크릿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는 누군가 알려주는 공식만 따라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약속에 끌린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에 가깝다. 진짜 중요한 건 공식이 아니라 본질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다.


AI 시대를 맞아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해졌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의 공식들은 더 빨리 무용해진다. 5년 전 성공의 공식이 지금은 통하지 않고, 지금의 방법론이 5년 후에도 유효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특정 공식을 가르친다는 것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오히려 그런 교육은 아이들을 틀에 가두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된 사고를 만들어낼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우리 스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 제시하는 공식에 쉽게 현혹되기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본질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왜 이 일을 하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는 어떤 공식도 무력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이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 목적을 명확히 하는 습관, 그리고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태도. 어떤 문제든 이 공식을 쓰면 돼가 아니라 이 문제의 본질은 뭐지,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건 뭐지라고 물을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갈 진짜 무기다.


내 아들이 코딩 수업에서 배우는 것도 결국 이것이다. 정해진 문법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실패해도 괜찮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도 괜찮다는 것. 하나의 정답, 하나의 공식 같은 건 없다는 것.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이는 공식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공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자유. 본질과 목적에 기반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세상은 계속 변할 것이고, 과거의 공식들은 계속 무너질 것이다.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공식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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