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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이 팔린다는 착각

USPs? RsTB!

by 조병묵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는 여전히 “좋은 제품이면 팔린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창업자의 열정과 직감, 그리고 ‘독고다이’ 추진력으로 시작한 기업은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은 더 이상 제품만으로 승부하기 어렵다. 검색과 비교가 쉬워지고, 유통망은 거대화되었으며, 고객의 협상력은 기업 성패를 좌우한다.


이제는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왜 사야 하는지(Reasons To Buy)를 고객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품 차별성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제품속성 중심의 USP(Unique Selling Points)는 한계가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5천 개 이상의 뷰티 브랜드를 동시에 제조하는 현실을 보라. 대부분의 생활용품, 가전, 심지어 반도체조차도 소수의 제조사에서 비슷한 품질로 공급된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USP가 아니라 RTB다. 고객의 Pain Point를 짚고,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로 설득할 수 있는 기업만이 선택된다.


2016년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 오스트리아인 세 명이 뜻을 모은다. 사람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던 설탕 음료에 대한 불안과 플라스틱 낭비에 대한 걱정을(Pain Points)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컨셉으로 만들어 낸다. 비슷한 류의 제품, 아니 동종의 제품은 그 당시에도 이미 세상에 차고 넘쳐나고 있었다. 이들이 만들어 낸 것은 보온과 보냉력이 좋은 텀블러나 새로운 음료가 아닌 고객을 위한 수분 보충 솔루션이었다.


수분보충제와 텀블러 등 수분보충 솔루션을 제공하는 워터드롭(Waterdrop)이 탄생한다. 이들은 소재나 기술력을 내세우기보다, “설탕 음료 대신 물을 마시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More H2O, Less CO2’, ‘No Sugar, Less Plastic’이라는 간단한 구호는 곧 고객이 지갑을 열어야 할 이유였다. 결국 워터드롭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충분하고 건강하게 수분보충을 하고자 하는 고객의 Pain Point를 스토리와 감각적 디자인으로 풀었고, 전 세계 500만 명의 팬덤을 확보하며 5천억 원 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는 제품 USP가 아닌, 스토리텔링 기반의 RTB가 만든 성과였다.



"좋은 제품이 팔린다"는 환상에 빠져있는 99.9%의 사장님들이 이제 따라야 할 길도 여기에 있다. 제품의 기능을 나열하기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고객이 모여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AI 기반 타겟팅으로 정밀하게 전달해야 한다.


O&O DD(Operational & Organizational Due Diligence, 운영과 조직관점의 기업 실사-운영 탁월성을 찾아서)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전환은 단순한 마케팅 변화가 아니다. 만약 기업이 여전히 “좋은 제품이면 팔린다”는 사고에 머무른다면, 시장에서의 위치는 취약하다. 반대로 RTB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기업은 팬덤을 중심으로 매출의 지속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 회사는 제품의 USP에 의존하는가, 아니면 고객이 사야 할 이유를 고객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가? 팬덤이 존재하는 제품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 기업의 숫자를 넘어서는 중장기 관점의 경쟁력"을 보여 준다.


투자자 1. 이 기업은 USP 중심의 판매 논리에 머물러 있는가, RTB를 설계해 실행하는가?

2. 이 기업은 충성고객을 넘어서 팬덤층을 확보하고 있는가? 3. 고객의 Pain Point를 데이터로 수집·분석하고 있는가?


경영자

1. 나는 여전히 “좋은 제품이면 팔린다”는 믿음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2. 우리 제품의 RTB는 무엇이며, 고객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3. AI·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세일즈 전환을 조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가?


팀장

1. 우리 팀은 USP를 반복 설명하는가, RTB를 고객 경험과 연결시키고 있는가?

2. 고객 접점에서 얻은 피드백이 제품·마케팅 개선으로 연결되는 루프가 있는가?

3. RTB 메시지가 일관되게 전 직원과 현장에 공유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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