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않고 정의하기도 쉽지 않은, 그래서 모방도 어려운 조직의 실력
기업을 이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하다. 실력은 지식과 경험, 기술이 축적되어 발휘되는 힘이며, 한 사람의 경력과 노력이 집약된 결과다. 그러나 기업은 개인의 집합을 넘어선다. 개인의 실력만으로는 장기간 성과를 유지할 수 없으며, 조직 차원의 실력이 필요하다. 그 조직의 실력이 바로 운영탁월성이다.
운영탁월성은 특정 개인의 뛰어난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습관, 표준화된 프로세스, 협업의 방식이 오랜 시간 쌓여 조직 전체가 만들어낸 집단적 실행력이다. 뛰어난 엔지니어 한 명이 회사를 떠날 수는 있지만, 운영탁월성은 남아 기업을 지탱한다. 그래서 운영은 조직이 가진 가장 확실한 실력이자, 동시에 가장 모방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운영이 모방되기 어려운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째, 운영은 결과는 보이지만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비용 절감, 수율 향상, 납기 준수율 같은 수치는 누구나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치를 가능하게 한 일상의 리듬—교대 간 인수인계의 디테일, 문제 발생 시 부서 간 손발이 맞는 순서, 품질 편차를 다루는 암묵적 약속—은 외부에서 관찰하기 어렵다. 기업이 공개하는 것은 대부분 결과이고, 경쟁우위를 낳는 것은 대부분 과정이기 때문이다.
둘째, 운영은 여러 부문이 얽혀 있고 문화에 뿌리내린다. 생산·영업·구매·R&D·품질·CS는 각자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매뉴얼 그 자체가 아니라, 매뉴얼을 살아 있게 만드는 조직의 규범과 신뢰다. 동일한 제도와 도구를 이식하더라도 문화적 맥락이 다르면 같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운영은 사람의 재능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간이 만든 암묵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된 미세한 요령과 감각, ‘이럴 땐 이렇게 한다’는 체화된 판단은 문서로 완전히 이전하기 어렵다. 또한 암묵지는 시간의 산물이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자동으로 쌓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흉내를 낼 수는 있어도 체화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수십 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와 공정 변동의 지속적 억제, 리드타임 단축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수율 곡선을 끌어올렸다. 연구개발의 성과를 공정에서 재현하는 힘, 즉 공장이 가진 집단적 실행력이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하게 만들었다. 기술을 운영이 지탱하고, 운영이 다시 기술을 가속하는 선순환이다. 아마존의 약속—“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풀필먼트 센터, 자동화 로봇, 수요예측 알고리즘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성립한다. 제품이 아니라 운영이 고객경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운영탁월성은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차별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며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궁극적 힘이다. 기술은 따라 잡힐 수 있고, 제품은 모방될 수 있으며 시장은 변한다. 그러나 시간과 문화에 스며든 운영의 실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운영은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쌓은 집단적 실력이다. 그래서 경영자가 이를 존중하고 구성원들이 함께 개선할 때, 운영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다.
투자자
1. 이 회사의 성과는 특정 인물의 능력인가, 조직 전체의 운영력인가?
2. 운영 프로세스와 문화가 외부에서 모방하기 어려운가?
3. 기술이나 제품보다 운영이 경쟁우위를 지탱하고 있는가?
경영자
1. 우리 회사의 운영은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가, 아니면 집단적 실행력에 기반하는가?
2. 운영의 습관과 문화가 장기간 유지되도록 리더십이 뒷받침하고 있는가?
3. 내가 없는 상황에서도 운영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
팀장
1. 우리 팀의 성과는 개인의 헌신에 달려 있는가, 아니면 프로세스와 협업 방식에 달려 있는가?
2. 팀원들이 쌓은 암묵지를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있는가?
3.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도 일정 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의 운영이 체계화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