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별
30라운드 포항 원정에서의 대승 이후 좀처럼 분위기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중이었다.
9월 A대표팀 차출에 따라 10월 둘째 주로 미뤄졌던 28라운드 제주 원정 경기에서 그나마 1승을 해서 다행이었지, 남은 정규리그와 스플릿 라운드 첫 번째 경기까지도 3무 1패의 성적을 내면서 과연 리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팀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몇 주였다.
그래도 시즌 내내 벌어놓은 승점이 있던 덕에 1위 자리까지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 떠난 강원 원정에서 모처럼 대승을 하면서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모양새가 나오고는 있었다. 당시 우승 경쟁을 하던 2위 팀은 '제주 유나이티드 FC'였고,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인 34라운드가 끝났을 때 두 팀의 승점 차이는 4점 차, 남은 경기수가 네 경기인 것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스플릿 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35라운드에서도 두 팀 모두 승리를 챙기면서 승점 차이는 그대로 유지가 됐고, 운명처럼 리그 세 경기만을 남겨둔 36라운드에서 두 팀이 맞붙게 됐다. 더욱이 이 경기에서는 만약에 우리가 승리를 할 경우 승점 차이를 더 벌리면서 남은 경기가 두 경기 뿐이기에 자력으로 우승까지 확정 지을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더 다행인 것은 이번엔 원정이 아니라 홈에서 제주를 만난다는 것. '약속의 땅'으로 가지 않았더니 이번엔 그들이 우리에게 왔다. 과연 이번에도 우리 팀은 제주를 상대로 다시 한번 '또'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인지..
2017년 10월 29일 일요일,
운명의 36라운드 제주전 홈경기,
리그 1위와 2위가 맞붙는 경기였고, 이번 시즌 우승의 향방이 오늘의 한 경기로 가려질 수 있는 날이다.
이기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아도 오늘 우승이다. 그런데 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승점은 1점 차에 남은 경기들까지 있으니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 리그의 다른 모든 팬들까지도 두 손 모아 제주의 우승을 바라고 있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고, 전반전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마무리가 됐다.
이제 남은 시간은 후반전 45분, 양 팀 공격 진영을 바꿔 후반전이 시작됐고, 우리 팀은 후반 초반부터 금세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46분에 김신욱 선수가 헤딩으로 내준 볼을 이재성 선수가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향한 포문을 열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0분 뒤 이승기 선수가 팀의 두 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점점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경기 종료를 10분여 정도 앞둔 시점엔 우리 동국이형이 세 번째 결승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그렇게 팀은 3:0 완승을 거두었고, 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
더욱이 동국이형이 기록한 결승골은 본인의 K리그 통산 200호 골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까지 만들어낸 득점으로, 단 한 번도 2부 리그에서 뛴 적이 없으며, 스플릿 제도 이후로는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간 적도 없는 정말 가장 치열한 프로의 상황에서 만들어낸 대기록인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의 '통산'기록 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지금까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물론 나도 구분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동국이형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오늘의 우승까지 확정 짓고 보니 2014년에도, 2015년에도, 그리고 한 해를 건너뛴 2017년에도 우승 확정 경기의 상대팀이 늘 '제주'였다.
이쯤 되면 약속의 땅이 아니라 '약속의 제주'라고 해야 하는 건지..
많은 괴로움과 아픔 속에서도 팀은 가슴에 다섯 번째 별을 달았고, 닥공의 시대를 넘어 리그에서는 이제 누구도 쉬이 넘볼 수 없는 확실한 강팀으로서의 입지도 확고해지고 있었다. 팬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고, 부러움과 시샘(?)의 눈길들도 더 많아졌다. 물론 다른 이유로 이미 공공의 적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린 늘 우리의 자리에 있어, 지금도 변함없이..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날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