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이형은 없지만 그래도 축구는 계속된다.
해가 바뀌면서 삶의 모든 게 바뀐 기분이다.
20년을 해오던 생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고, 회사는 문을 닫았으며, 덕분에 만으로도 빼박인 40대의 시작을 아주 우울한 기분으로 출발하게 됐다.
나만큼이나 축구도 많이 변했다.
우선은 이제 축구장에 가도 동국이형이 없다.. 하지만 동국이형보다 더 중요한 내 팀이 아직 건재하다.
그러니 축구장에 가는 삶이 바뀔 일은 없다. 그리고 그 팀에서 과거 최강희 감독님 시절에도 이루지 못했던 무려 '더블(2개 대회 우승)'을 달성한 '조세 모라이스'감독이 팀을 떠났다. 혹시나 싶었던 2년의 계약기간 동안 리그 연패와 더블 우승이라는 성과를 남긴 외국인 감독과는 그렇게 서로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그리고 뒤이어 새 시즌부터 전북현대를 이끌 수장으로 '김상식' 감독이 선임됐다.
선수시절과 오랜 코치로서의 시간을 거쳐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감독의 자리에까지 오른 김상식 감독의 행보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팀의 레전드 출신으로 이젠 팀을 이끌어 갈 그에게 모두가 큰 기대감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전북다운' 축구를 다시금 보여줄 적임자가 아닐까 하는 확신의 마음들로..
이렇게 팀이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는 사이, 축구장을 떠난 동국이형은 '이제 어디서 얼굴이나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했던 걱정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TV만 틀면 나타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땀을 흘리던 모습대신 어색한 메이크업 위로 조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멋지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한동안은 축구장에서보다 더 많이, 자주 볼 수가 있었다.
2021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선수단의 오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동국이형의 뒤를 이어 '홍정호' 선수가 주장으로 선임됐고, '해버지'라 불리는 '박지성' 전 축구선수가 팀의 어드바이저로 부임했으며, 우리의 상식이형 '김상식' 감독은 '화공(화려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역시나 준비된 감독답게 모두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많은 변화들로 시작되는 시즌이지만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부분 유관중 운영에도 개막전을 맞이하여 6,200여 명의 팬들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모여들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새로운 감독과 선수단의 사진을 띄우며 이제 '전북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위풍당당한 소개가 나오고 있었고, 팬들은 환호했다.
2021년 2월 27일 토요일,
K리그의 공식개막전이자 시즌의 첫 경기 상대는 FC서울이었다.
(지난 시즌 전북이 더블을 달성했으니 관례상 2위인 울산현대랑 홈 개막전을 치렀어야 하나, 코로나 이슈와 클럽월드컵을 핑계로 개막전 상대가 다른 팀이 됐다. 참고로 클럽월드컵에서는 2/7 이후 K리그 팀의 경기가 없었으며, 울산도 개막전을 이틀 뒤에 홈에서 치른 걸 보면 그냥 뭐, 암튼 그런 거지 뭐.. 포항이 더블을 달성하고 2위를 했을 땐 스틸야드에 잘만 갔으면서..)
모두의 '큰' 기대 속에 시작된 개막전은 상식이형의 약속처럼 화려한 공격축구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서울을 상대로 초반엔 오히려 고전하던 모습을 보이며 좀처럼 득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던 경기는,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이 되면서 그나마 공격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후반 76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자책골로 선취 득점을 기록하고, 경기 종료 직전에 바로우 선수가 추가골까지 성공시키면서 '화공'까지는 아니었어도 기분 좋은 승리를 챙기며 시즌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첫 경기부터 과거의 닥공처럼 화끈하고 전북다운 축구를 바로 실현시킬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의 레전드, 그리고 누구보다 전북을 잘 아는 상식이형이 아닌가,
그러니 약속처럼 '화공축구'가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우리의 상식이형을 믿어보는 수밖에..
기대할게, 우리의 새로운 시즌!
(울산은 이틀 뒤 펼쳐진 홈 개막전에서 강원을 상대로 5:0 대승을 거두면서 지난 시즌처럼 순위표 맨 위에서 출발을 했다. 이렇게 또 우승 경쟁이 시즌 초반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과연 올시즌엔 누가 최후에 웃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