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이후로 이어지는 축구일기입니다.
2021년 새 시즌이 시작되면서 전북현대엔 팀의 레전드로서 새로 자리하게 된 김상식 감독도, 해외축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지성 어드바이저의 선임도, 물론 다 굵직한 일들이었지만 가장 큰 이슈가 됐던 건 '백승호' 선수와의 이적문제였다.
당시 백승호 선수는 과거 '바르셀로나 3인방(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으로 불리던 시절을 거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지로나 FC'에서 뛰다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2부 리그 'SV 다름슈타드 98'로 팀을 옮겨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팀을 옮긴 첫 시즌에는 그래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으나 이후 점점 입지를 잃어가던 백승호 선수가 K리그로의 이적을 고민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과거 백승호 선수의 바르셀로나 유학 시절, 그 지원을 해 준 팀이 바로 K리그의 수원삼성이었다.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원삼성의 지원도 더 늘어났고, 그 과정 중에 덧붙여진 내용에는 K리그 복귀 시 무조건 수원삼성이 1순위라는 항목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복귀 당시 언론에 먼저 보도된 K리그 팀은 전북현대였고, 그 과정 중에 계약 위반과 합의금, 상호 간의 신뢰문제를 놓고 큰 잡음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백승호 선수의 입장문을 통해 수원삼성의 초기 입장과 다른 부분(수원을 무시하고 전북과 협상을 했다고 했으나 백승호 선수가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팀은 수원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묵묵부답 뒤에 전 소속팀과 선수에게 전한 내용은 영입의사가 없다는 거였고, 하지만 다른 팀으로 가는 건 안되니 가려면 14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이 밝혀지면서 법적인 분쟁까지 오갈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선수 등록 막판 백승호 선수와 수원이 서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오랜 시간 대립이 계속되긴 했지만 사실 관계로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으니, 어느 한쪽만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우여곡절 가운데 백승호 선수는 2021년 3월 30일, 공식적인 전북현대의 선수로 발표가 됐다.
영입 발표 후 바로 치러진 수원전에서는 명단 제외가 됐으며, 그 와중에도 수원의 팬들은 열심히 백승호 선수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여러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해 준 팀에게 백승호 선수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으며,
팬들도 이제는 우리의 선수가 된 백승호 선수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가장 최근의 소속팀에서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던 백승호 선수는 K리그에서의 적응시간이 조금은 필요해 보였다. 봄의 날들이 지나는 동안 팀도 여러 부침을 겪으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고, 그 가운데 논란 속의 백승호 선수에게 쏟아진 많은 관심까지 더해지며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선수 자신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날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승호 선수의 진심만큼이나 본인이 얼마나 팀에게 필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1년 6월 6일 일요일,
여름이 시작될 무렵,
팀에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 떠난 성남 원정에서 멋진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그 포문을 열기 시작한 백승호 선수는 이후 뛰어난 플레이와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 그리고 팀에 대한 애정을 누구보다 진실되게 보여주며 전북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금세 자리매김하게 된다.
시즌 마지막 경기날, 피투성이가 된 백승호 선수의 다리, 이런 선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백승호 선수는 여러 말로 자신을 포장하거나, 과도한 움직임으로 본인을 어필하지 않는 선수다.
하지만 경기를 뛰는 모습만 봐도 이 선수가 얼마나 매 순간 팀과 팬들, 그리고 본인이 뛰고 있는 경기에 진심인지를 알 수가 있다. 함께 기뻐하는 상황에 누구보다 더 기뻐하며, 모두가 가슴 아프고 아쉬운 상황에선 또 역시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눈물을 흘리는 선수다.
이렇게나 매 순간에 진심인 선수가 우리 팀에 있는데.. 어떻게 응원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언젠가는 백승호 선수가 지난 시간들의 아쉬움을 훌훌 털고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런 날들을 준비하는 전북에서의 시간들과 백승호 선수와 함께 쓰일 우리들의 이야기가
선수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언제나 '아름답고 행복한 동화'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팬들이 보이콧을 끝내고 맞이한 두 번째 경기는 바로 어제 열렸던 수원과의 원정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백승호 선수는 수원 팬들의 야유와 전북 팬들의 응원 속에서 90분 내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전북에서의 선수생활 중 처음으로 멀티골까지 기록해 냈다. 백승호 선수의 멀티골에 힘입어 팀은 올시즌 최초로 다득점의 승리를 거두었으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백승호 선수는 인터뷰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시 한번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심장이 뛰는 한' 지켜주기로 했던 우리 선수들을 믿고, 지금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다. 늘 함께 하기로 했던 우리의 그 자리에서...>
2023년 5월 10일, 전북의 백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