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주장, 홍정호
오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동국이형의 뒤를 이어, 2021년 시즌부터 홍정호 선수가 팀의 새로운 주장을 맡게 됐다. 2년 간의 임대 생활을 거친 이후 완전 이적을 통해 전북에서의 프로 생활만 4년 차에 접어든 홍정호 선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무거운 주장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 상황이 돼버리기도 했다.
팀은 14라운드부터 울산에게 내준 1위 자리를 좀처럼 되찾아 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고, 이후 계속된 부진 속에 순위는 더 내려가기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1강이라 불리던 팀이었지만 한 번 어수선해진 분위기는 다잡기가 쉽지 않았고, 그사이 울산은 지난 시즌처럼 정규라운드 내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 한창이던 무렵부터 팀의 분위기도 조금씩은 바뀌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금의 현실을 느끼며 조금은 더 간절해진 이유에설까..? 이기는 경기가 많아졌고(물론 승리해야만 좋은 경기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순위표의 자리도 다시 높아지며 울산과의 격차도 조금씩은 좁혀져가고 있었다.
2021년 9월 5일 일요일,
직전 주중 경기에서 포항에게 패하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떠난 서울 원정이었다.
오늘의 경기를 치르고 나면 그다음이 울산 원정 경기였기에 그 중요도가 더 크기도 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원정팬들이 선수들과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간절한 마음만은 모두가 하나였다.
경기는 선제골을 넣으며 시작이 좋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거 투입된 서울의 투지 넘치는 경기 진행에 좀처럼 전북다운 경기를 시원하게 펼치지 못하고 있었고, 이후 동점골까지 허용하면서 전반전은 1:1의 스코어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 후반이 시작되고도 먼저 골은 넣은 건 우리 전북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0여분 뒤 다시 한번 동점골을 허용했고, 그 후로 불과 1분 만에 팀의 주장인 홍정호 선수가 자책골까지 기록하면서 경기가 뒤집히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 팀이 다시 한번 만회골을 넣으며 3:3 동점으로 경기의 균형을 맞추게 되지만..
실상 이 경기를 비기는 건 의미가 없었다. 다음 경기에서 다시 불씨를 살려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오늘의 경기를 꼭 이겨야만 했다.
하지만 정규시간이 다 끝나가도록 승부의 추는 기울 줄을 모르고 있었고, 이렇게 또 체념해야 하나... 하며 주어진 추가시간 4분 중에서도 3분이 다 지나가던 시각, 문선민 선수가 오른쪽 측면으로 쿠니모토에게 밀어준 볼을, 쿠니모토가 다시 문전 앞으로 들어가던 문선민 선수에게 찔러주면서, 아웃되기 직전의 볼을 기가 막히게 살려낸 문선민 선수가 골대 왼쪽에 자유롭게 있던 홍정호 선수에게 패스를 했고, 그 볼을 받은 우리의 주장 홍정호 선수가 정말 종료 직전 기적 같은 극장 결승골을 만들어내게 된다.
본인의 자책골로 인해 팀이 승리를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짐이 너무나도 컸을 텐데, 결국엔 가장 멋진 골로 중요한 시기에 승리까지 안겨주게 된 우리의 주장.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지난 서울에서의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 떠난, 어쩌면 올 시즌 정규라운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치러지는 울산 원정 경기날이다. 울산은 1위의 자리를 여전히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중이었고, 우린 우승경쟁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울산의 발목을 오늘 꼭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시작된 경기는 전체적으로 우리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할 정도로 울산에게 밀리는 내용이었다.
특히나 경기 막판, '이건 정말 실점이다'하는 순간 몸을 던져 막아낸 홍정호 선수의 수비가 없었더라면 지고도 남았을 만한 경기였다. 무승부의 결과를 받아 든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울산과의 승점은 그대로 4점 차가 유지된 채 정규라운드는 그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팀의 분위기가 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어쩌면 다른 선수들보다도 '주장'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홍정호 선수의 부담감은 누군가가 쉬이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쩌면 본인의 몸이 부서져라 뛰고 있는 경기의 내용들도 그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들은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나 든든하면서도 헌신적인 주장이 팀에 있으니 다른 선수들 또한 믿고 지지하며 따를 수밖에 없을 테고, 팬들 또한 그런 우리 주장의 어깨에 든든한 힘을 실어줄 수밖에...
그래서 힘든 시간들을 함께 믿고 견뎌줬다는 그 마음 하나로 올시즌 우리들의 이야기가 끝나는 날엔,
지금의 우여곡절들을 훌훌 털고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