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다양한 맛
커피에 쓴맛을 좋아하시나요?
쓴맛은 커피 맛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커피에 다양한 맛을 알게 된 이야기입니다
나의 곁엔 항상 커피가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점심을 먹고 난 후, 친구를 만날 때. 커피는 습관처럼 함께 있었다. 커피를 시킬 때는 언제나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신메뉴를 둘러보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예쁜 카페를 가서도 아메리카노. 이유는 3가지였다.
1. 쓴맛
2. 카페인
3. 가격
이 세 가지를 만족하는 것은 역시 아메리카노다. 혀를 자극하는 쓴맛. 그리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카페인. 그리고 메뉴판 가장 위를 차지하고 있는 저렴한 가격.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500원을 추가해 아이스로 먹는 것은 일종에 사치랄까? 수없이 먹던 커피였지만 맛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500원에 사치를 나는 겨울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쓴맛에 커피를 먹을 때면 '크.. 인생 쓰다'를 외쳤던 나다.
나의 생활비중 커피 값은 비중이 컸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커피를 끊어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은 부담이 되었지만 나는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들은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던 나에게 잠시나마 다른 세상으로 도피를 시켜주었던 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좋으니까.
우연한 계기로 로스팅을 하는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20년 넘게 커피 인생을 살고 계시는 로스터가 계신 곳이었다. 가조도라는 섬에 작업실이 있고 한쪽엔 바다, 한쪽에는 산이 있는 정말 평화로운 장소였다. 도착해서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녀는 우리를 작업실 한편에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차분한 말투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긋나긋하게 설명해 주셨다. 원두 열매부터 로스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처음으로 접했다. 생두 역시 처음 봤다. 녹색 빛을 띠고 있는 생두는 내가 생각하던 커피와 너무 달랐다. 전혀 쓴맛을 낼 거 같지 않았다. 원두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언듯 보면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담고 있는 향은 전혀 달랐다. 내가 느낄 수 있는 향은 꽃향, 풀향, 과일향 등 정말 다양한 향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며 치유를 받는 듯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요즘 근황이 어떤지, 지금에 기분이 어떤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시며 천천히 커피를 내려주셨다. 예쁜 잔에 커피를 담아주셨다. 드디어 이야기 속 커피를 맛볼 차례. 조금 놀랐다. 상큼한 맛이 나며 꽃향기가 함께했다. 처음 먹어보는 산미에 조금은 당황했다. 마시는 동안에도 그녀의 이야기들이 배경음처럼 흘러나왔다. 커피를 통해 사람을 힐링하는 재주가 있으셨다. 커피를 내려주는 것이 아닌 사람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한 *브루잉이었다.
* 브루잉 : 분쇄된 원두가루에 물을 붓고 필터로 커피를 거르는 과정
아침에 해 뜨는 일출을 바라보며 로스팅을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로스터. 그녀는 말 그대로 커피를 사랑한다.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사랑한다. 그리고 정말 행복해 보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커피의 다양한 맛으로 표현을 한다고 하셨다. 이 말이 나를 커피의 세계로 이끌었다.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에 많이 서툴렀다. 그림, 음악 같은 표현방식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커피는 음료를 넘어선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나는 커피를 통해 표현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커피의 맛은 커피가 자라는 환경부터 로스팅된 커피를 브루잉 과정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결정된다. 이 하나하나의 방식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나에게 첫 브루잉을 알려주신 스승님에 말에 따르면 브루잉하는 모든 과정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커피의 맛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어렵지 않게 다양한 커피의 맛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맛의 종류 또한 너무나도 다양했다.
이 중에서 내가 중점적으로 느꼈던 향은 담배, 파이프 담배 맛이었을까? 쓴맛이 나쁜 맛은 아니지만 이 다양한 맛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러한 맛들로 사람과 분위기에 알맞은 커피를 표현하고 싶어졌다. 이러한 맛들을 알기 위해 차, 향, 와인까지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를 표현할 방법이 너무도 많아 기대된다.
차근차근 커피에 대해 알아가며 나도 언젠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커피를 내리고 싶다.
돌이켜보면 저는 커피를 습관처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맛에 대한 생각 없이 비싼 커피를 자리값, 분위기 값으로 매겼던 제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언제나 함께였던 커피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혹시 지금도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잊고 있는 건 없을까? 주위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는 하루다.
평소 여러분에게 커피는 어떤 존재인가요?
마시고 있는 커피의 향이 어떤 향인지 한번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