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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13. 2023

꿈을 꾸는 너는 아름답다

2023.12.13.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애들은….’, ‘스트레스받는다.’, ‘힘들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퇴근한 후, 습관처럼 툭툭 던지는 말들이다. 한 교사는 열의 없는 직장인이 되어 밀려드는 업무와 곤란한 학생을 마주하며 괴롭다, 못 해 먹겠다, 입 밖으로 내뱉는다. 이 교사의 말에는 가시가 있어 학교가 괴로운 공간이길, 교사가 고단한 직업이길, 자신이 그런 진흙탕 속에 허우적대고 있길, 바라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교사에게 말했다. ‘뉴스 보니까 요즘 애들 아주 건방지고 못됐던데요. 교사하기 너무 힘들겠어요. 애들은 역시 때려가며 키워야 하는 건데.’ 그제야 그 교사가 깜짝 놀랐다. 요즘 애들, 그렇게 못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교권이 추락했다고, 그래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학교는,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삭막하고 전쟁 같은 곳만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글을 써야겠다. 다정하고 온화한 학교의 일상을 글로 공유해야겠다. 무심코 놓쳤던 고마움을 일기로 남겨야겠다. 뉴스에서는 학교의 따뜻함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습관처럼 힘들다는 말을 던지는 교사는 사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니까.


30대_고등학교_비담임_교무기획부



두 명의 학생과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 꿈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 명은 메이크업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었다. 공부에는 크게 흥미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열정이 남달랐다.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미래에 어디에 취직해서 어떤 길을 걸을지 나름대로 계획을 하고 있었다. 최근의 고민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메이크업 분야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을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예뻤다.


다른 한 명은 고민이 많았다. 수업 시간에 항상 열심히 수업을 듣고 질문도 많이 하고 학업에 대한 욕심도 있길래, 생물 분야에 꿈이 있거나, 이공계 관련으로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희망 진로가 미술(조소)이었다. 자신은 미술을 너무나 사랑하고 관련 분야로 진로를 간절히 희망하는데, 또 과학 공부를 너무 좋아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고 싶고, 수능도 과학탐구 한 과목을 선택해서 치고 싶은데, 미술 학원에서 지금 과학을 배우는 것은 진학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학교에서 배우는 이상과 진학을 위해 효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기특했다.


두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어땠나. 나도 저렇게 간절한 꿈으로 눈을 빛내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나. 문득 임용 시험을 치기 직전, 갑자기 내가 교사가 하고 싶은 게 맞는지 의문이 들면서 책을 집중해서 보지 못하고 펑펑 눈물만 흘렸던 시간이 떠올랐다. 교사가 되고 나서도 종종 TV 속의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에 떨고 지금의 내 인생을 하찮게 보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런 못난 내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는 두 학생과 대조되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꿈을 꾼다는 것은 참 아름답다. 내용이 무엇이든(물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어야겠지만), 목표한 무언가를 향해 눈을 빛내며 열정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두 학생의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 두 학생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뒤돌아서는데 슬쩍 웃음이 났다. 꿈이 있는 너희들은 정말로 아름답다. 지금 고민과 불안 위에 서 있다 하더라도.


나 또한 너희들처럼 아름답고 싶다. 그걸 깨닫게 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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