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부르는 행복이라는 아이러니
내가 기억하는 첫 기대는 어릴 적, 이사를 가던 날이었다.
근처 다리 밑에는 작은 천이 흐르고, 부모님 방, 나와 동생의 방, 부엌, 거실, 놀이방이 있던 집을 떠나 새 집으로 가는 날. 마음이 들떴다. 이번엔 어떤 놀이방이 있을까, 창문 밖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하는 동안 세상은 반짝였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새집을 본 순간, 그 행복은 무너졌다.
가게와 붙어 있는 단칸방. 창문 너머에는 천도, 다리도 없었다. 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회색 풍경.
울지는 않았지만, 울고 싶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그만큼 깊어진다는 걸. 행복을 부르던 마음이 어느새 불행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이후로 삶의 많은 순간이 그랬다. 시험 결과를 기다릴 때,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기대할 때, 앞으로의 날들을 상상할 때. 행복은 늘 ‘기대하는 동안’에 가장 빛났다. 그리고 그 기대가 끝나는 순간, 행복은 함께 꺼져버렸다.
아이러니하지?
기대가 있어서 행복했는데, 그 기대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게.
그럼에도 우리는 왜 자꾸 기대할까. 왜 매번 실망할 걸 알면서도, 또다시 마음을 들뜨게 만들까. 기대 그 자체보다 더 행복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우리가 가장 순수하게 행복할 때는 오직 기대하는 동안‘뿐’인데.
그래서 우리는 계속 기대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향해 가장 밝은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필요해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