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런 아동은 가해 부모와 다시 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가정으로 입양이 되거나 아동복지시설 등 장기 보호에 들어간다. 이런 피해 아동이 하루라도 빨리 줄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학대피해아동보호현황에 따르면, 2018년까지 연도별 아동 학대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연도별 아동학대 건수-KOSIS (보건복지부, 학대피해아동보호현황)
학대 피해 아동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도,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도 없다. 이들은 진짜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다. 학대 피해 아동은 늘어나는데, 이들을 지키는 어른은 한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어른이 수많은 아이를 돌보다 보니 아이 한 명 한 명을 진짜 가족처럼 보듬어주기란 쉽지 않다.
장기보호시설 중'그룹홈'이라는 곳은 이런 아이들을 진짜 가족처럼 보살펴준다.학대 피해 아동이 날로 늘어가는 상황 속에서 이런 아이들을 진짜 가족처럼 보듬어주는 이 제도는 어떤 제도일까? 그리고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하이머스타드는 여섯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한 그룹홈을 찾아갔다.
그룹홈이란?
그룹홈은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보호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 (출처 :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 그룹홈 당 보호할 수 있는 아이의 정원은 7명으로, 2014년에 남녀 아동 분리가 법적 원칙으로 정해져 한 그룹홈에는 같은 성별의 아이들만 같이 생활할 수 있다. 이러한 그룹홈의 특성 덕분에 아동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춘 보호 양육 서비스가 가능하여 대인관계형성이 잘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총 507개의 시설에서 2600여 명의 아이들이 1400여 명의 종사자 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대나 방임 등 다양한 이유로 친부모에게서 분리된 2600여 명의 아이들이 따뜻한 관심 속에 의지하며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정을 만난 셈이다.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유
하이머스타드에서 인터뷰한 사회복지사 김은숙, 김엽 부부는 2017년도부터 그룹홈을 운영하며 현재 총 6명의 남자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들 부부는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처음 이곳에 온 날을 세세하게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여섯 명의 아이들 중 몇몇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낯선 환경 탓에 불안해하고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김은숙 씨와 김엽 씨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보통의 가정집 아이들처럼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
은숙 씨는 어떻게 하다 이 일을 하게 되었을까? 은숙 씨 또한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가 중간에 아버지에게로 가기도 하며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결핍의 환경이 은숙 씨를 사회복지사의 길로 이끌었다.
받은 걸 나누며 살기도 쉽지 않은데, 은숙 씨는 오히려 자신은 받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아이들을 돌보는 은숙 씨의 마음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은숙 씨와 엽 씨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 원래 있던 가정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아이들이 이곳 그룹홈에 온 뒤로 점차 밝은 아이로 변화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희 첫째가 여기로 오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너 여기서 엄마, 아빠랑 동생들하고 지내는 게 좋아, 아니면 그전에 있었던 곳이 좋아?”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랬는데 “여기요!”라고 하길래 “에이, 거짓말하지 마. 너 맨날 동생들 양보해야 되고 뭐가 좋아!” 이랬더니,
“여기는 웃을 수 있잖아요. 엄마, 아빠가 웃게 해 주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딱 들었을 때 되게 뿌듯하고 울컥하더라고요.
-사회복지사 김엽
엽 씨는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달란 은숙 씨의 말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한 후 기꺼이 은숙 씨와 함께 여섯 아들의 부모님이 되었다. 딱 한 아이만이라도 그 아이의 인생을 평범하게 바꾸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는 엽 씨의 말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으로 돌봐주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룹홈 후원
이렇게 최선을 다해 여섯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금전적인 부분은 이들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금액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
그룹홈 아이들에게 인당 월 50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지원되긴 하지만, 식비나 의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하고 부가적으로 드는 교육비나 여러 비용들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후원이나 지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는 아이들이 생활하거나 치료, 교육 등을 받는 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개인이나 단체의 후원을 통해서 충당해 운영되고 있다.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는 어디로?
마지막으로 은숙 씨는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가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선 아이에게는 너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고 만약 이런 상황을 목격하신다면 신고를 해주세요.
우리는 한 사람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세상이 서로에 대한 공감과 격려와 환대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하이머스타드는 2020년 1월 가정폭력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해 장애, 아동, 환경, 가족 등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공감과 희망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