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배우며 6
왕십리역 7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청계천 박물관으로 이동.
그곳은 마장축산물시장 인근 청계천변에 위치해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박물관 건너편에 생뚱맞은 개체가 눈에 들어온다.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이다.
내 기억으론 예전보다 규모가 축소된 듯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실체로 당시 판잣집 생활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판잣집은 이렇게 생긴거야 정도?
그래서 '테마파크'가 아닌 '존'이라는 글자가 붙었겠지.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선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전시 중이었다.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여인이 돌아서길래 얼른 셔터를 눌렀다.
움직이는 피사체는 노출이나 구도를 맞출 시간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니
운에 기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실물이 예뻤던 그녀를 선명하게 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모호한 실루엣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더 좋아 보인다.
덜 뭉갰더라면 어땠을까.
*게르하르트 리히터에 의해 시도된
포토 페인팅은 회화의 여러 가지 표현 기법 중 하나이며
사진과 회화를 합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 길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마침 사람이 올라온다.
보행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경사 시작점부터 셔터를 눌렀다.
연속으로 셔터를 누른 덕분에 맘에 드는 한 컷 건졌다.
미니멀한 구도도 좋고 푸르스름한 색감도 잘 어우러진 듯하다.
피사체 뒤를 비추는 빛이 있고 형상을 뭉개니
입체감이 사라지고 평면적인 문양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 또한 색다른 맛이 난다.
마이트 화이트는
'무형적인 것에서 유형적인 것을 얻어내는 사람이 사진가이며,
피사체가 스스로 구도를 만들게 하라'라고 말한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카메라를 든 이가 행하는
'어디까지 보여 줄 것인가
얼마나 보여 줄 것인가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의 재미에 푹 빠진 채 촬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