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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Nov 12. 2024

엄마가 틀렸다

자녀를 온전히 믿는다는 것

이민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되었던 것은 남편의 이직. 그다음으로는 첫째의 미국 유치원 생활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첫째의 체력과 체격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 일단 주눅 들지 않으려면 체력과 체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이 5살. 키 110cm. 몸무게 19kg. 발 175cm. 영유아 검진에서 상위권이지만 더 큰 물에 나가면 상황이 다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바른생활 패턴으로 맞추려고 애썼고 운동 한 종목은 일단 시켜보기로 했다. 그중에 수영이 눈에 들어왔고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운동으로 보였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는 첫째를 위한 플랜을 짰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모든 플랜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엄마가 틀렸다. 아직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그동안 엄마와 함께 하는 물놀이가 즐거워 잠수왕 물개가 됐던 것이고, 엄마가 해야 된다니까 수영 학원까지 억지로 끌려갔던 가엾은 아기였다.


처음엔 처음이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아이의 눈물은 봤지만 그냥 넘겨짚었다. 그리고 그다음 수업 때 본 아이의 겁먹은 모습. 엄마는 그제야 아이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날 밤 혼자 숨죽여 슬퍼했다.


'아가야.. 너무 늦게 알아줘서 미안해,

엄마가 걱정과 욕심에 눈이 멀어 잘 크고 있는 너를 힘들게 했네. 엄마가 엄마도 모르게 타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나 봐. 여린 우리 아가는 덜 힘들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후회 투성이네. 엄마가 더 강해져서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볼게. 미안하고 고마워 아가'


다시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온전히 믿어야 한다. 나는 그저 엄마의 자리에만 있어야 한다. 이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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