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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고 이민가는 특별가족

미국 이삿짐 포장 & 공항 휠체어 서비스 & 쌍둥이 유모차

by 우주소방관 Feb 27. 2025

미국 이민으로 출국일까지 6일 남았던 시점. 셀프 이사를 하다가 남편에게 사고가 생겨 부상을 당했다. 병원에 다녀온 남편은 발가락 골절 판정을 받아 깁스를 했고 목발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부상 후 2주가 가장 중요하며 뼈가 어긋나지 않게 붙기 시작한다면 그땐 걱정을 덜어도 된다고 하셨다. 미국이 의술은 좋아도 의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니 바로 비행기 타지 말고 최소한 2주는 매주 병원에 방문해 경과를 보는 쪽이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혹은 비행기 취소 수수료, 숙소 취소 수수료 등 부담해야 될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면 굳이 출국일 날짜에 맞춰 수술해 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면 (취소 수수료가 없는 건지 적은 건지) 부담이 적을 거라고 하셨지만 불필요한 수술 대신 돈을 더 쓰더라도 마음 편히 한국에서 치료하기로 남편과 마음먹었다.


잠깐은 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먼저 미국으로 넘어갈까도 생각했지만 갑자기 타지에서 차도 없이 (아무리 평점 높은 에어비앤비 숙소여도) 낯선 집에서 아가 둘과 지낸다는 것이 무리수 x100000 인 것 같아 다 같이 3주 후에 출국하기로 결론 났다. 그렇게 해서 5일밖에 없던 시간이 24일로 늘어났고 나는 바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할 일]

1. 짐 정리

2. 미국으로 보낼 이삿짐 박스 포장

3. 남편의 휠체어 서비스 신청

4. 일주일치 백팩 두 개 준비

5. 5살, 3살을 위한 휴대용 쌍둥이 유모차 구매



1. 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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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용품들은 친정으로 보내졌다. 신혼살림이라도 엄-청 비싼걸로만 샀었는데 엄마가 쓰시던 건 처분하시고 우리 걸로 싹 바꾸실 거라 하셨다. 중고 거래로 다 팔기엔 시간도 상황도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뻔했는데 한 번에 해결되어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남은 짐들을 한 곳에 다 모으니 이삿짐 파란 박스 6개. 3박스가 자녀책이고 2박스는 옷, 그리고 나머지 1박스는 남편 기기들. 이대로 그냥 다 테이핑 해서 해외 배송 업체에 보냈으면 얼마나 몸과 마음 다 편했을까. 하지만 국내 택배 수거 시 박스 규격이란 게 제한되어 있다 보니 일일이 소량으로 20kg 넘지 않게 소분해야 했고 EMS를 이용하려고 하니 무게만큼 가격도 팍팍 올라서 신중하게 다시 담아야 했다. 얼마 안 되는 짐들이라 생각했다가 여기서 한번 더 정리하는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남편과 같이 했으면 금방 끝났을 텐데 남편은 움직이면 안 돼서 누워있고 나는 아가 둘 가정보육하면서 틈틈이 정리도 하느라 시간이 엄청 걸린 듯=멘탈 싸움이었음)


2. 미국으로 보낼 이삿짐 박스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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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하면서 든 생각인데, 혹시 나와 같은 업체(ㅂㄸㄹㅇㅅㅍㄹㅅ)를 이용하시는 분이 계시고 우리처럼 짐이 엄청 많으신 분이라면 이 방법으로 준비하시면 덜 고생하실 것 같다. 제한된 규격의 박스는 쿠*프레시에서 식품 구매 후 ‘이번만 일회용 박스 포장’ 선택하면 먹고 싶은 식품도 생기고 세면 합 140 이하에 엄청 튼튼한 박스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옷은 무조건 압축팩에 넣어 가득가득 담는 걸 추천하는데 압축팩은 쿠*에서 판매하는 소형(60*80cm) 압축팩이 이 박스에 딱 알맞게 들어가서 착착착 담기 수훨했다.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고생 고생 고생해서 19kg 정도씩 책 박스 5개, 옷 박스 2개, 잡화 박스 1개가 완성되었다. 아가들을 위한 한글책이니까 애지중지하며 가져가지... 영어책은 다 빼버렸다.


3. 남편의 휠체어 서비스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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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짚으며 걷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고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 이용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인천부터 미국 도착지까지 1회 경유를 하는 항공권이라 각 비행기 탑승권마다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었고 비즈니스석은 기내 휠체어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두 번의 고비가 있는데 한 번은 LAS 공항 터미널 3에서 두 시간 안에 터미널 1 도착 및 탑승, 다른 한 번은 미국 공항 도착해서 렌터카 사무실까지의 뚜벅이 이동. 터미널 3에서 1까지는 휠체어 서비스 신청한 걸로 직원 도움을 받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그리고 뚜벅이로 이동해야 되는 그 구간도 남편이 휠체어 서비스가 있다는 걸 어디서 봤다는데 아무리 찾아도 홈페이지에는 그 신청버튼이 안 보인다길래 도착해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4. 일주일치 백팩 두 개 준비

남편은 남편대로 정신이 없을 테고 나도 나대로 정신없을 텐데 유모차에 캐리어까지 가지고 다니는 건 몸이 두 개여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은 백팩. 백팩 1개로만 해결해보려 했으나 군인 가방 같은 대형 사이즈가 아닌 이상 불가능. 더군다나 나의 체력도 고려해 적정 무게까지만 가능하다. 그래사 남편과 나눠 들어보자 했고 그렇게 두 개의 백팩이 준비되었다. 미국 이민길인데 수하물 하나 없이 백팩 두 개가 전부라니... 대단하다! 이삿짐 박스들이 2-7일 사이면 배송된다고 해서 1~2주만 어떻게든 가져간 걸로 버티면 된다.


5. 5살, 3살 남매를 위한 휴대용 쌍둥이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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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휴대용 쌍둥이 유모차들

아이들 케어가 오로지 나의 몫이 되어버려서 머리가 많이 복잡했다. 집에 있던 유모차들을 쓰자니 1인용이라 한 번에 두 개를 끌고 가기도 불가능하고, 하나만 가지고 가자니 한 아기가 걷기 힘들다고 해버리면 (첫째 20kg, 둘째 12kg) 누가 됐든 내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다른 아이를 안고 이동할 수 없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론 휴대용 쌍둥이 유모차를 구매했다. 첫째 키가 105 센티돼서 유모차가 많이 작으면 어쩌지 했는데 생각보다 유모차는 크고 아기는 작아서 탈만한 것 같다. 이 모델이 5kg 정도 되는데 디자인 신경 써서 10kg 넘는 다른 유모차들로 선택했으면 후회할 뻔했다. 5kg도 전혀 가볍지 않은 무게다.



이렇게 해서 큼지막한 준비들은 끝났다. 이제 출국 전날 밤 중요한 여권, 서류들, 여러 벌 옷 등 빠짐없이 챙기기 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잠들기 전, 한국에서의 모든 추억들을 스치듯 떠올려보고 고이 접어 한쪽에 보관해 본다. 언젠가 이때가 그리울 때 열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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