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쿨 선생님 직업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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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지문 검사 완료 후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띠링. 이메일이 도착했다. 언제 오리엔테이션이 가능하겠냐고 연락이 온 것! 이 정도면 나를 고용했다는 뜻이 아닐까? 너무너무 기뻐서 한국에 계시는 양가부모님께 모두 전화를 돌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하셨던 분은 친정 엄마. 나보다도 더 좋아해 주셔서 잊고 있던 셀프칭찬을 해주었다.
오전시간이라면 내일부터도 가능하다고 회신했고 바로 다음날로 OT가 잡혔다.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려나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마음 편하게 가보기로 했다. (영어실력이 엄청 중요했으면 나를 처음부터 뽑지 않았겠지)
첫째와 둘째 등원을 시키고 바로 직장으로 갔다. 9:30 도착. 오리엔테이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첫 미팅때와 다를 바 없었다. 원장님께서 다시 한번 학교 설명 후 어떻게 아이들과 지내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아이들을 안전하면서 즐겁게 놀아주면 되는 일이라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다만, 나의 육아관과 원장님의 육아+교육관이 달라서 직장에서는 내가 더 쿨(?)한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넘어져도 먼저 다독이지 않기... 상대에게 사과하게 시키는 것 대신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 달래기... 등등.
오티는 10:30에 끝났다. 부원장님께 더 작성해야 되는 서류들을 받았다. 그럼 이쯤에서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내가 먼저 ‘오늘 혹시 몰라서 점심 도시락을 싸왔어요. 하하하‘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 오! 그럼 내가 시간당 페이를 줄게, 12:30까지 일하다 갈래?‘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첫 근무를 하게 됐다.
금방 지나간 두 시간. 아이들은 처음 보는 동양 선생님이 신기한지 who are you? 질문만 50번은 했다. 내 소개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의 이름도 열심히 물어보고. 하여튼 즐거운 시간이었다.
혹시 어린 자녀가 있다면, 프리스쿨 선생님 직업은 아주 꿀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엄마는 선생님으로서, 자녀들은 학생으로서 같은 프리스쿨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인가 보다.)
나의 경우, 지금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프리스쿨은 여름 방학이 되면(6~8월) 학비는 (인건비 때문인지) 두배로 오르고 금요일은 수업이 없으며 중간에 한주씩 방학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여름 동안에도 계속 여기를 다니면 스케줄이 너무 복잡해져서 내가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그래서 머리를 굴려봤고, 다행히 괜찮은 방법이 떠올라서 OT 전에 직장에 제안할 수 있었다.
"I was thinking about how to make things work over the summer with both of my kids.
You mentioned that there is a spot available for my older one, which is great. Thank you!
But since there isn’t currently a spot for my younger one due to the nap-time policy,
I was wondering if she might be able to join just for the part-time morning program instead?
That way, she could leave before nap time, and I could also work during the morning shift. Maybe until 12:30 or 1? I’d really love to make this work if there’s any way to coordinate it."
요약하자면, 내가 여기서 일을 하려면 이번 여름 시즌에는 나의 두 아이도 여기를 다녀야 하니 둘 다 오전반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줘! 였다. 그렇게 되면 엄마와 아가들이 같이 출근(?)해서 같이 퇴근(?)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당연히 오전 근무만 하면 된다.
반신반의하면서 던져본 건데(사실 이 방법 외에는 옵션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면 일을 포기하려고 했다) 바로 가능할 것 같아!라고 하셨다. 그리고 OT 중간에 원장님께서 ”너의 아이들이 여기를 다니게 되면 아마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할 거야. 그리고 엄마를 다른 친구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 할 텐데 그건 아주 당연한 현상이야. 그러니까 혹시 너의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어려워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천천히 적응해 가면 괜찮아질 거야. “라고 영어로 나긋나긋 말씀해 주셨다.
이 원장님은 천사가 아닐까 싶다. 혹은 이것이 미국 사회인가 싶었다. 이거든 저거든 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드디어 나도 아침에 갈 곳이 생겼다. 바르게 차려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어딘가를 갔다 올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워킹맘 되기 프로젝트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