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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없는 미국 워킹맘의 슬픈 현실

부부 시급 5.5배 차이는 무시 못하지

by 우주소방관

직장에 다닌 지 고작 일주일 만에 속상한 일이 생겼다.


새벽부터 둘째가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39.6도까지 올랐다. 며칠 전부터 콧물이 나고 눈곱이 끼기 시작했지만, 고열까지 날 줄은 몰랐다. 급히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아침이 되어도 아이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평일이라 남편도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일을 빠지자니 아직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고, 남편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하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괜히 내가 일한다고 해서 남편 업무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이래서 워킹맘들이 내니를 두는구나 싶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엄마는 일에 집중하는 시스템. 하지만 우리는 내니도 없고, 가족도 이웃도 아직 없다. 결국 남편이 하루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재택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누군가 아이 곁에 있어야 하니 나는 출근을 선택했다.


몸은 직장에 있었지만 마음은 집에 있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은 눈물바다였다.


다행히 둘째는 그날 하루를 잘 넘겼지만, 새벽이 되자 다시 열이 올랐다. 다음 날부터는 남편도 더는 빠질 수 없어, 해열제를 미리 먹이고 아이를 등원시켰다. 다행히 아이는 큰 문제없이 잘 지내는 듯했다.


5일이 지난 지금은 열이 이전만큼 심하게 오르진 않지만, 감기 증상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이 컨디션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소아과도 다녀왔지만, 미국 병원은 (적어도 우리가 간 소아과는)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진료비면 차라리 약국에서 좋은 약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디 조금씩 아이가 회복되길 바란다.




시급 차이

이번 일을 계기로 현실적인 부분도 깨달았다.

남편과 내 시급 차이가 무려 5.5배나 된다는 사실.

내 시급을 얘기하다가 문득 남편 시급이 궁금해 물어봤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숫자로만 보면 남편이 쉬고 내가 일하는 구조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워킹맘 vs 풀타임 맘

또 한 가지 변화는 마음가짐이다. 꼭 워킹맘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언제 아플지 모르고, 그럴 때 엄마가 집에 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건 아니고,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나만의 무언가를 해 나가고 싶다.

Teacher's Handbook에 수습 기간 90일은 서로에게 이 일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기간이라고 적혀있다.

그래서 수습 기간인 90일 동안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려 한다. 회사에서 나를 계속 쓰겠다고 한다면, 과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것인지도 고민이 될 것 같다.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학 땐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마련할지 등, 고려할 것이 참 많다. 생각이 정리되면 계약서 작성 시 조건을 조율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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