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_ 초진
이 기록은 3년 전,
우리 아이의 눈 밑 퍼런 자국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시작된 진료 여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둘째 아이의 눈 밑에 푸르스름한 멍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이 정도로 멍이 들었으면 아프다고 울 법도 한데,
둘째는 아무렇지 않게 첫째와 함께 놀이매트 위에 앉아 피아노 장난감을 조물딱거리며 조용히 놀고 있었다.
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기에
아이들이 노는 걸 처음부터 지켜보진 못했지만,
첫째가 동생을 밀거나 괴롭힌 기운은 전혀 없었다.
예민한 얼굴 부위라서, 그냥 살짝만 부딪혀도 멍이 들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넘겼다.
그렇게 흘러간 한 달 반.
멍은 그대로였다.
누구든 아이 얼굴을 한 번 보면 눈 밑을 가리키며 꼭 한 마디씩 했다.
“어머, 여긴 어디에 부딪혔어요?”
“아이고, 많이 아팠겠네요…”
처음엔 웃으며 설명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점점 지치고, 마음이 괜히 무거워졌다.
나중엔 대충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이 올라왔다.
‘이건 그냥 멍이 아닐지도 몰라.’
그 무렵, 시어머님도 걱정스레 비슷한 말씀을 꺼내셨다.
결국 피부과에 가보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더니
“혈관종 같네요”라고 하셨다.
혈관종…?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
생각보다 심각한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
선생님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소견서를 써 줄 테니 대학병원에 가서 자세히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병원을 나서며 곧바로 근처 대학병원을 검색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상담 전화를 걸었다.
“아기 눈 밑에 멍 같은 게 있는데, 피부과에서 혈관종일 수 있다고 하셔서요…”
다행히도 그날 오후 3시 반쯤 진료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오후 3시 33분.
아이의 얼굴을 조심스레 눌러보시더니
“지금 상태로 보면 그냥 멍 같네요.
두 달 정도 지켜보고, 그때도 그대로면 초음파 검사를 해봅시다.”
라고 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오는 길.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정말 멍이기만 했으면…’
‘혹시나… 그게 아니면…’
다음 진료일은 2023년 1월 16일.
두 달 사이에 무슨 기적 같은 변화가 생기길,
아기 얼굴에서 그 푸른 자국이 말끔히 사라지길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