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점수일까 방향일까

킨더 2학기 성적표, 그리고 내가 내려놓은 것

by 우주소방관

폭풍 같던 연말이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한 번의 폭풍이 우리 집을 스쳐 갔다.


첫째의 급성 인후염(strep throat)으로 시작했다.

고열과 통증을 동반한 기침, 그리고 반복되는 구토.

이어서 둘째의 고열과 기침.

재감염으로 인한 첫째의 중이염.

아직 끝나지 않은 둘째의 열과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컨디션까지.


밤 시간마저 아이들을 케어하는 데에 다 써버리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나 있었다.


평소에는 우리가 이민 온 지조차 잊고 지낸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플 때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그제야 우리 둘뿐이라는 걸 느낀다.


첫째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아팠다. 그런데 묘하게도 학교에 가면 어디선가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지 조퇴 한 번 없었다. 학교에서 잘 버텨준 덕분에 지난번에 신청했던 GT 시험도 순탄하게 치른 모양이다. 몇 주에 걸쳐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아이가 중간중간 “오늘은 이런 걸 했어” 하고 말해줄 때면 꽤 머리를 쓰는 시험을 보고 있는 듯했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컴퓨터로 수학 시험을 봤다고 했다. 300 곱하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너무 어려웠단다. 기회는 두 번뿐이었는데 그냥 ‘다음’ 버튼을 마구 눌렀다고 했다.

백 단위를 배워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어려웠겠지.


그 와중에 수학을 엄청 잘하는 친구도 있었나 보다. 본인이 문제 한 장을 풀 때 그 친구는 열 장을 풀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라 감탄사만 나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 장을 끝까지 붙들고 풀어낸 것도 대단한 일 아닌가? 다음엔 꼭 말해줘야겠다. 한 장도 잘한 거라고, 충분히 잘했다고.


며칠 뒤, GT 시험과는 별개로 두 번째 학업 성적표가 나왔다.




1. MAP Growth (수학)

시험 목적

• 학년 기준이 아니라, 현재 아이의 실제 학업 위치를 측정하는 적응형 시험

• 맞히면 더 어려워지고, 틀리면 쉬워지는 방식


결과 요약

• Fall RIT: 155

• Winter RIT: 172

• 성장 폭: +17점

• 전국 백분위: 약 94–97% (상위 3–6% 수준)


의미

• 학년 평균보다 상당히 높은 점수

• 한 학기 동안 눈에 띄는 성장

• 수 감각, 연산 기초, 패턴·관계 이해 영역 모두 High

2. mCLASS (DIBELS 읽기 평가)

시험 목적

• 읽기 기초 능력(음운 인식, 파닉스, 유창성) 측정

• 성장 추적이 아닌 ‘현재 읽기 기초 상태’ 확인용


결과 요약

• Composite Score: 403

• 결과: Has Surpassed Goal (목표 초과)


세부 영역

• Letter Naming: 기준 초과

• Phonemic Awareness: 기준 초과

• Decoding: 기준 초과

• Fluency: 기준 초과


의미

• 읽기 기초 체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음

• 학년 기대치를 넘는 수준

• 확장 독서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 높음




아이의 결과를 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첫째는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를 믿고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될까?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충분한 걸까?

아니면 엄마표 공부를 힘들어도 계속 더 해줘야 하는 걸까?


나 자신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결국 하나였다.

이렇게 키워도, 저렇게 키워도

뭐라도 될 아이는 결국 되지 않을까?


그러곤 다짐했다.

아이 교육에 대한 나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기로.

한 번에 다는 아니어도, 조금씩 조금씩.


아이슈타인이 이런 말을 남겼다.

학생들은 아름다운 것, 도덕적으로 중요한 것, 세상의 다양한 가치들을 생생하게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화로운 인간이 아닌 잘 훈련된 개에 가까울 것이다.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전문 지식을 너무 일찍부터 교육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이 요즘 들어 더욱 와닿는다.


AI 시대.

아이를 더 밀어붙여야 할 이유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조화로운 인간으로 키워보자.

잘 훈련된 개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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