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의 성적표가 도착했다

폭풍 같던 연말, 그리고 도착한 GT 신청서

by 우주소방관

폭풍 같던 25년의 연말과 26년의 연초가 지나갔다. 여전히 1월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고비는 넘긴 기분이다. 그땐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막상 닥치고 나면 다 해내고 있고, 그렇게 또 하나씩 과거가 된다.


25년 연말에는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 가족과 함께 올랜도의 디즈니 월드를 다녀왔다. 완전 극성수기라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덜 붐볐다. 매직 킹덤 내 호텔에 묵고 패스트 라인 티켓까지 더해 삼박사일 동안 꽤 여유롭게, 정말 실컷 놀다 왔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남편은 친구 가족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버님 칠순 기념으로 시누이와 함께 서프라이즈를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셋만 남은 일주일. 말 그대로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도시락 세 개를 준비하고, 저녁 7시 육퇴 후엔 남은 집안일들. 여기에 일주일 뒤 예정된 이사를 앞두고 짐까지 싸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계획이라기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버텨낸 시간에 가까웠다.


남편이 돌아온 날, 바로 짐을 싸서 이사했다. 고민 끝에 앱으로 일꾼 한 명을 두 시간 고용했는데, 그 선택은 정말 옳았다. 큰 가구라곤 침대 세 개, 소파, 식탁뿐이라 남편과 둘이 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건장한 일꾼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면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다. 금요일에 짐을 전부 옮기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천천히 정리했다. 새 집이 마음에 들어서 망정이지, 이사는 두 번 다시 못 하겠다 싶을 만큼 힘들었다.


미국 아파트들이 다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는 곳은 메인테넌스 시스템이 꽤 잘 되어 있다. 아주 사소한 교체부터 제법 큰 수리까지, 앱으로 요청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처리된다.


새 집에 와서 바로 요청한 메인테넌스 목록은 이렇다.

- 컨센트 커버 교체

- 환풍구 커버 교체 및 세척 가능 여부

- 거실과 안방 창문 수리

- 안방 모기망 교체

- 소리가 이상한 건조기 타이머 수리

- 주방 선반 고정 핀 필요

- 샤워기 테이프와 고무막 필요

- 아이들 방 욕실 접착판 제거

- 고장 난 우편함

하나씩 체크하다 보니, 새 집에 적응한다는 게 이런 일인가 싶었다.


이사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첫째 학교에서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킨더 중 GT 시험에 응시하고 싶은 아이들은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안내였다.


미국의 GT는 성적만으로 선발하지 않는다. 시험 결과뿐 아니라 수업 태도, 사고력,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 창의성, 그리고 교사의 관찰 기록까지 함께 본다. 그래서 성적표의 체크 하나, 코멘트 한 줄이 생각보다 중요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보려는 제도에 가깝다.


마침 며칠 전, 2학기 성적표가 업로드된 상태였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 및 식별 가능한 정보는 모두 제거했습니다.

미국 유치원 성적표는 점수나 등수가 아니라, 아이의 발달 상태를 관찰해 표시하는 평가표다.

M은 지금 학년에서 기대하는 수준을 잘 해내고 있다는 뜻이고,

A는 아직 연습 중이지만 곧 도달할 단계,

NA는 아직 평가하지 않은 항목이라는 의미다.


첫째는 대부분 항목에서 M을 받았다. 또래 수준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읽기와 말하기에서는 글자와 소리, 단어 읽기를 잘 해내고 있었고, 읽은 내용을 이해해 말로 설명하는 것도 무리 없었다. 수학에서는 숫자를 읽고 쓰고 비교하는 것, 20까지의 숫자 개념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과학과 사회 영역에서도 관찰하고 설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고, 생활 속 개념 이해 역시 문제 없었다. 예체능과 생활 태도, 수업 참여와 협력 부분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 코멘트 한 줄.

creativity.”


이 단어를 보고, 괜히 마음이 놓였다. 그동안 나름대로 신경 써왔던 시간들이 아주 헛된 건 아니었구나 싶어서. GT 시험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부디 부담 없이, 자기 속도로 한 걸음씩 걸어가 주면 좋겠다.


2026년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째는 GT.

그리고 나는 가을학기 대학원 ALL A+.


벌써부터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것 같지만, 그래도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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