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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 자녀 ‘잘‘ 키우는 방법 [1]

엄마표 공부로 ESL 탈출하기

by 우주소방관

첫째가 킨더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 학교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겉봉투에는 굵은 글씨로 To Joon’s Parents.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부디 나쁜 소식만은 아니기를… 조심스럽게 뜯어보니,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ESL) PROGRAM

Parental Notification of Identification and Approval of Placement

영어를 제2언어로 하는 프로그램(ESL)

학생 확인 및 배치 승인의 학부모 통지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ESL이 필요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통지서를 받아 드니 마음이 기분이 묘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을 공교육 안에서 보완해 준다니, 얼마나 든든한가.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아이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네!’라며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언니와 브런치를 함께 하게 되었다. 언니 자녀들은 이미 대학생, 고등학생이라 우리 아이들과는 나이 차가 크지만, 교육에 워낙 관심이 많아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그래서 자연스레 ESL 통지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언니가 해준 말이 나를 ‘부지런한 엄마’로 만들었다.


“ESL을 듣는 건 좋아. 하지만 따로 공부를 더 해서 최대한 빨리 졸업하는 게 아이한테 훨씬 나아. 왜냐하면, 아이들끼리도 누가 ESL 듣는지 다 알아. 혹시라도 그걸로 놀림을 받으면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수 있지. 또, 다른 과목에서 아무리 잘해도 ESL에 남아 있으면 상위 레벨 반으로 못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 미국 전국 학교에서 공통으로 쓰는 온라인 학습지가 있는데, 그걸로 보강하면 금방 패스할 수 있을 거야.”


순간 번쩍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고, 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말이 내 잠든 세포를 흔들어 깨웠다. 바로 움직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기존 일주일 스케줄은 이랬다.

• 월: 독서

• 화: 수영 학원

• 수: 독서

• 목: 영상 시청

• 금: 독서

• 토: 한글·수학 학습지, 일기

• 일: 독서


하지만 새롭게 업데이트된 스케줄은 이렇게 바뀌었다.

핸드메이드 엄마표 5세용 맞춤 스케줄표. 스스로 스케줄 파악하기

• 월: 한글·수학 학습지(1장씩) 온라인 학습(30분) 일기, 독서

• 화: 수영 학원

• 수: 한글·수학 학습지(1장씩) 온라인 학습(30분) 일기, 독서

• 목: 드럼 학원

• 금: 한글·수학 학습지(1장씩) 온라인 학습(30분) 일기, 독서

• 토: 영상 시청(1시간)

• 일: 농구 학원


온라인 학습은 30분을 세 토막으로 나눠 Language Arts Math Game 순서로 진행한다.


예전엔 ‘Language Arts 만점’이라는 글을 이민 가족 카페에서 보고도 “그게 뭐 대단한 건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게 얼마나 값진 성과인지.


하루 시간표를 따져보면, 오후 3시 반에 하원해 5시부터 저녁·씻기 루틴이 시작되고, 7시면 취침이다. 순수하게 공부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시간 반. 그것도 딴짓하지 않을 때의 얘기다. 물론 빠뜨리는 날도 생길 거다. 그래도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주 3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까.


얼마 전 아이에게 물었다.

“영어 교실에 따로 가는 애들 몇 명이야?”

“1명이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아이고 참.’ 그런데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혼자라면 사실상 1:1 지도 아닌가. 여기에 엄마표 맞춤 공부까지 더하면 금상첨화겠다 싶었다.


미국에서 한국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 집만의 엄마표 맞춤 프로그램이 아이를 더 단단히 빛내주길 바란다.




***AFTER NOTE***

https://brunch.co.kr/@spacef-fighter/243

몇 주 전에 야심차게 만들었던 엄마표 로드맵. 지금 다시 보니 너무 막연하고, 또 모호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았지만, 결국 현실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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