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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07. 2024

옆집이모들

우리 옆집에는 큰(Inken)과 산드라(Sandra)라는 이모들 부부가 산다.  우리가 처음 여기 시골로 이사 왔을 때 이모들도 비슷한 시기에 함부륵에서 여기로 이사를 왔다.  사실 독일사람이라 이모라고 부르진 않고 그냥 이름 부르는데 이모라고 쓰니까 어색하긴 하다.  인큰 산드라집에는 사미라는 개랑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막 이사 와서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어서 사미랑 자주 같이 놀았다.  이모들은 각자 말도 한 마리씩 있다.  내 생각에 이모들은 동물애호가인 것 같다.  큰은 여행사에서 일하고, 산드라는 무역업에 일한다고 들었는데 둘 다 회사 마치면 바로 말이 있는 농장으로 가서 말을 케어하고 늘 밤늦게 돌아온다.  그래서 그런지 큰 산드라의 결혼식은 농장 마구간에서 파티를 했었다.  결혼반지를 사미가(개)가 입에 물고 오는 사진도 봤다.  큰이 어릴 때부터 다니던 교회가 있는데 거기 목사님이 큰 결혼식을 꼭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때 상황이 안 돼서 못했다며 언젠가 다시 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걸 보니 교회결혼식을 다시 하진 못했나 보다.  

큰 산드라는 집에서는 잠 만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사미는 월-목요일은 개유치원에 간다.  금요일에는 산드라 회사에 같이 출근하는데, 내가 왜 금요일만 데려가냐고 물으니 다른 날에는 산드라셰프가 개를 데려오는데 그 개랑 사미랑 늘 싸워서 같이 못 있기 때문이란다.   이모들은 집에 잘 있지도 않지만 가끔 집에 있는 날에는 우리가 점심 먹을 때 즈음 아침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에서 아침 먹고 놀다가 이모들 집에 건너가서 이모들이랑 같이 한번 더 아침을 먹곤 했다.  나는 그냥 같이 앉아서 빵에 누텔라를 발라 먹거나, 계란 삶아 주면 흰자는 먹고 노른자는 식탁밑에 누워있는 사미한테 던져주고 같이 이야기하고 놀고 그랬다.  어릴 때라 보통 동물얘기, 유치원얘기들을 했고 내가 한국말을 잘해서 이모들한테 한국말도 가르쳐주곤 했다.  이모들은 나를 무척이나 이뻐해 줬고 내가 가면 늘 반겨줘서 좋았다.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 놀고 있다가 큰 산드라가 오면 나는 친구들도 다 데리고 옆집으로 넘어가서 사미랑 놀곤 했다.  한 번은 미콜라이라는 친구랑 같이 이모집에 넘어갔는데 미콜라이는 남자애라 그런지 개랑 고양이를 막 만졌고 고양이가 화가 나서 미코를 할퀴었다.  엄마한테 바로 가서 일렀더니 엄마가 미코 상처를 보고 큰한테 고양이가 애를 다치게 했다며 이래저래 얘기하니 큰은 고양이가 가만히 있는데 그랬겠냐고 했다.  그러네 미코가 우리 집에 와서 사고 치는 거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네.

그런데 궁금했다.  큰 산드라집에는 아이가 없을까? 하고..  여자랑 여자는 아이를 낳을 없기 때문이라는 이해했는데, 둘은 같이 살까 궁금해서 엄마한테 여러 번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줬다.  한 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너무 지겨워서 엄마한테 계속 물어보니 엄마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동성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독일정부는 동성결혼을 허락했기 때문에 이모들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었다고 말해줬다.  무슨 말인지 조금은 어렵지만 일단 답을 들었으니 오케이!

큰산드라네집 뒷 가든으로 가면 문을 통과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가끔 혼자 가든으로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혼자 막 뛰어서 가든으로 갔는데 큰이랑 산드라랑 뽀뽀를 하고 있는 거다.  괜히 좀 이상해져서 그냥 집에 왔다.  그 이후론 나도 좀 컸고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기가 부끄러워져서 요즘은 잘 가진 않는다.  이모들이 좀 섭섭해하는 눈친데 엄마가 이모들한테 유나요즘커서 부끄럼 탄다고 좀 있으면 얀네가 들낙거릴 거라고 기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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