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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촌닭 Mar 21. 2024

2024 봄방학 2.

in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나는 푸자이라라는 곳에서 잘 먹고 아주 잘 놀고 있다.  햇빛은 쨍쨍하고, 수영장물은 반짝이고, 내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었다.  낮에 시내는 라마단기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고 너무 더워서 다니기도 힘들어 그냥 호텔에서 논다.  며칠 전부터 요수아라는 독일남자사람친구와 계속 함께 놀고 있다.  거의 하루종일 같이 놀고 아침저녁 먹을 때도 레스토랑에서 만나고 저녁 먹고 나면 요수아네 방에 가서 또 카드게임하고 놀고 있다.  우연히 자꾸 만나서 노는데 엄마가 너희는 운명인가 보다고 한다.  엄마 쪼옴...

어쨌든 엄마는 늘 동생 돌봐줘야 해서 섭섭했는데 친구를 만나서 너무 좋다.  

친구 요수아 / 낮에 문 닫은 상점들

호텔 어디를 가던 직원분들이 우리에게 엄청 친절하다.  오늘아침엔 조식 먹다가 얀네가 울고불고 난리 쳤는데 아빠가 울게 내버려 두라고 해서 엄마가 못 안아주니 직원분이 와서 달래주고 잠깐 가더니 우리에게 누텔라를 가져다줬다.  엄마는 우리가 어딜 가던 사랑받는 게 너무 감사하단다.  

총 주방장 아저씨는 엄마에게 아이들 먹고 싶은 거 있음 뭐든지 해주겠다고 꼭 말하라고 여러 번이나 말해서, 엄마가 뭐라도 부탁해야겠다고 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아저씨랑 얘기하다 어느 나라사람인지 물으니 인도사람이라 그래서 엄마가 나시고랭 좋아한다고 하니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 음식이야 라고 하더니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 갔는데 엄마 먹으라고 나시고랭을 따로 만들어줬다.  나도 먹었는데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거다!!! 맵긴 했다 그렇지만 먹는 걸 멈출 수 없게 맛있었다.  엄마는 너무 고마운데 아저씨한테 가서 인사하다가 울 것 같다고 못 가겠단다.  그래서 그냥 울면서 인사하라고 했다.  엄만 그렇게 많은 호텔뷔페를 먹었지만 엄마 위해 따로 음식을 해준 분은 없었단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 중에 이 바쁜 와중에 엄마만을 위해 이걸 만들어줬다니 먹는 거 좋아하는 엄마는 울만도 하네.

선물받은 누텔라 / 나시고랭

라마단이 뭔지 잘 모르지만 호텔야외레스토랑은 커튼 같은 걸로 가려서 밖에서는 먹는 게 안 보이게 하고, 수영장 썬비치에서도 음식을 못 먹게 한다.  호텔 방 안, 엘리베이터 안 등등 여기저기에 라마단에 대한 인포를 안내해 뒀다.  밤에 무슬림사원을 봤는데 사람이 미어터지게 많아서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도 엄청 많은 남자어른들이 바닥에서 절하고 있었다.

가려진 야외 레스토랑

참 내 비치원피스는 원래 엄마 거였는데, 엄마한텐 이제 작아서 내가 입는다.  아빠한테 "이것 봐 이거 원래 엄마껀데 이제 작아서 내가 입었다" 하니깐 아빠가 "아니지 엄마가 커진 거지 엄마 팔십 킬로다"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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