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화 신고 타자기.12
<템빨 vs 레벨업>

by 이선

1. +9강 식칼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동안 유행하던 온라인 게임에 너와 몰래 PC방에서 게임을 하곤 했다. 지금 운동선수들은 합숙이 조금 자유롭긴 하지만 우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늘 학교 축구부 숙소에서 합숙생활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몇몇의 친구들은 군대생활이 우리 축구부 합숙 생활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PC방에서 너와 함께 온라인 게임을 했을 때. 좋은 장비를 득템 하는 날이면 설레던 그 감정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강화 버튼을 누르곤 했다. 실패하면 그 장비도 사라졌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어느 날 +9강 무기에 성공했을 때. 네가 말했다.


"와. 템빨 죽인다. 다 줘 패고 다니자."

"야. 던전 입구 막아. 이젠 여긴 내가 통제한다."


2. 철수에게 죽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나중에 알았다. 아무리 좋은 장비도 캐릭터 레벨업 차이는 극복하지 못한 다는 걸. +9강 무기 믿고 던전 입구에서, 다른 유저와 싸움하다가 몇 번 죽고 깨달았다. 아, 장비 구하겠다고, 내 캐릭터 레벨업을 소홀했구나.

그제야 묵묵히 캐릭터 레벨업을 병행했다.


이처럼 장비는 게임에만 중요하진 않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장비란 성적과 직결된다. 나는 중학교 시절 급격하게 키가 훅 자랐다. 무려 1년 사이에 12센티가 컸던 걸로 기억한다. 덕분에 허리부터 무릎까지 잔 부상이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축구화였다. 평소에 신던 축구화를 다른 브랜드로 바꿨는데 맞지 않았다. 그로 인해 부상이 잦았다. 경기력도 크게 떨어졌다. 다행히 내 신발에 맞는 다른 축구화를 찾으면서 차츰 나아지긴 했다. 그만큼 운동선수에겐 장비가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장비가 결코 좋은 성적을 가져오진 않는다. 우리끼리 흔히들 말하곤 했다.


"야. 비싼 축구화 신는다고 뭐가 달라져? 메시는 고무신 신어도 잘 차."


실제로 축구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많이 듣는 질문이 축구화 및 착용하는 장비들에 대한 질문이다. 몇몇 아이들은 비싼 축구화를 사와서 자랑한다. 또는 전반전을 뛰곤, 축구화가 발에 맞지 않는다며, 다른 축구화로 갈아 신고 후반전을 뛰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발에 맞지 않아서, 물집이 생기고, 불편하면 축구화를 갈아 신는 게 맞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본인의 실력보다는, 장비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템발에 의존해선 결코 레벨업 격차를 극복할 순 없다.


하지만 장비의 진화는 확실히 선수들 능력을 상향시킨 점은 맞다. 초창기 축구화는 깔창 밑에 못을 박는 경우도 있었고, 가죽의 질감과 마감이 좋지 못했다. 이는, 선수의 세밀한 컨트롤과 짧은 찰나의 임팩트에 영향을 끼쳤다. 요즘은 합성소재로 만들어진 가벼운 축구화와 선수 개개인의 발 형태에 맞춤 축구화도 제작된다.


크게 역사적으로 봐도 작은 장비가 큰 변화를 일으키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말안장과 등자다. 우리가 흔히 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 기병은 안장과 등자가 없었다. 말 위에 부드러운 비단이나, 동물 가죽을 올려놓고 말 위에 올라탔다. 이는 기병을 운영하는 전사의 행동력에 큰 제약을 가져왔다. 말안장과 등자가 없는 상태에서 말을 타는 것은 지금으로 써, 상상도 하기 힘들다. 그만큼 기병의 전사들은 낙마가 잦았다. 또한 기병의 전술 형태도 제한적이었다. 빠른 속도를 이용한 투창과 돌격이 전부였다.


일종의 빗자루 같은 역할이었다. 자칫 포위되면 말 위에서 싸우는 것보단 내려서 칼을 꺼내 전투를 벌이는 게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안장과 등자의 개발로 우리가 삼국지 같은 영화에서 보는 말 위에서의 일기토도 가능해졌다. (물론 실제 역사에서 그런 낭만적인 일기토는 거의 없었다)


그러한 기병의 단점을 알렉산더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확실한 장점을 이용한 엄청난 속도전을 펼쳤다. 상대 진열의 중심부를 파고들어서 전열을 흩트리고, 강력한 마케도니아 보병으로 정리하는 전술이었다.


대표적인 전쟁이 페르시아와 맞붙은 가우가멜라 전투였다. 당시 알렉산더와 다리우스 3세의 전력 차이는 상당했다. 페르시아 10만, 마케도니아 군은 4만 5천 정도였고, 페르시아는 코끼리에 상당한 전차부대까지 배치했다. 쉽게 말해 강력한 템빨로 무장한 페르시아 군과의 전투였다.


몇몇 영화를 보면 마치 알렉산더가 무작정 기병을 이끌고 페르시아의 본진 허리를 치고 들어가 헤집어 승기를 잡은 걸로 표현되지만, 안장과 등자가 없는 당시 기병은 강력한 탱크 역할을 하긴 버거웠다.


더군다나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는 알렉산더의 그러한 기병 운영을 파악하고, 자신의 군대에 알렉산더의 기병을 맞는 전담 기병을 배치했다. 쉽게 말해서 허리로 치고 들어오는 기병을 막는 역할이었다.


다리우스 3세는 알렉산더의 기병이라는 템빨을 막는 방법을 찾았다. 문제는 여기서 캐릭터의 레벨업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본인이 이끄는 기병이 다리우스 3세의 기병과 대치하며 공방전이 지속된다. 그러자 다리우스 3세는 보병을 지키던 나머지 기병까지 알렉산더 쪽으로 보낸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뒤로 후퇴한다. 그렇게 다리우스 3세의 기병이 추격하고, 자연스럽게 다리우스 3세의 기병과 보병의 전열이 벌어진다. 그 짧은 찰나. 알렉산더는 본능적으로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그 벌어진 틈으로 기병을 이끌고 들어간다.


쉽게 말해, 어깨가 막히자, 살짝 팔 벌려진 틈으로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다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는 알렉산더의 본능적 전술이라고 말한다. 그 짧은 순간 결국 다리우스 3세와 알렉산더의 레벨업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후, 알렉산더의 기병은 곧바로 다리우스 3세 앞까지 다가간다. 그러자 다리우스 3세는 후퇴하고, 곧 진열이 붕괴되면서 전투의 결과는 정해진다. 막강한 페르시아의 템빨이 알렉산더의 개인 능력과 레벨 차이에 패배한다.


마치 +9검 하나 믿고, 던전 입구에서 다른 유저 캐릭터와 싸우다가 포위되어 죽었던 내 캐릭터처럼 말이다.

축구화가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할 거라고 믿는, 순진한 축구클럽 아이들. 나 또한 교육원에 등록하고 작가가 되어야지 했을 때. 책상과 의자와 키감 좋은 키보드를 검색했다.


많은 이들이 무언가를 할 때. 완벽한 준비를 원한다. 작가는 작업실을 원하고, 화가는 화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가끔 너와 온라인 게임을 하곤 한다. 여전히 장비를 구하겠다고 퀘스트를 밀어 두고 사냥하는 나에게 네가 화내며 말했다.


"야야. 템빨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레벨업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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