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울증이지만 조증보다는 울증이 더 많이 나타난다.
혼재되어 있는 제2형이기도 하고, 약이 조증을 더 많이 누르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신나는 음악을 듣고 있어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동생을 잃은 지 얼마 안 됐기도 하고, 불혹의 나이 밖에 안 됐는데 뭐 이런 기구한 삶을 살았나 싶기도 하고...
운전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확 쏟아지기라도 할 때면 울면서 외친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아."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캔디도 아니고. ㅎㅎㅎ
하지만 엄마를 의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우리 엄마 또한 나 못지않은 피해자이시기도 했고, 말씀하시면 너무나 속상해하실게 뻔했기 때문에, 인생의 말년에 나한테 대해서만큼은 좋은 기억만 갖게 해드리고 싶다.
그래서 내가 아픈 것도, 내가 슬픈 것도, 다 알려드리지 않았다. 그냥 조금 안 좋다는 것 정도만 아신다.
그런데 울증 친구가 엊그제 말했다.
자꾸 입으로 행복하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라고.
그 친구는 내가 울증에 있으면 같이 영향을 받아 쉽게 우울해지기 때문에 앞에서 우울한 걸 티 낼 수가 없다.
지난번에도 너무 우울해서, 그땐 가면조차 쓸 수가 없어, 정말 모임이 엉망이 됐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때 이후로 특히 더 가면을 잘 쓰게 되었다.
여하튼, 어젠 나한테 조언을 준 것이 그거였다.
행복하다고 외치라고.
"나는 행복해. 나는 삶이 즐거워."
그러면 무엇인가가 분명 바뀔 거라고. 뇌가 분명 착각한다고.
그런 얘기는 많이 듣긴 했지만 나는 실천을 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너무 괴로워 울면서 '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를 외치기는 했었다. 살기 위해... 너무 괴로워서 살기 위해 그렇게 외쳤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살기 위해 외쳐야겠지.
"난 행복해. 정말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