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에 몰두한다는 것
비록 논리적이지는 못하지만...
너무 심하게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또 조증이 시작되건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밥 먹는 시간도 귀찮고, 주요 일할 시간도 싫고, 약 때문에 규칙적으로 잠은 자지만 글쓰기에 심하게 몰두하고 있어요. 잠깐 쉬면 또 공허함과 우울증상이 올라와서 비상약 먹고 또 글을 써요. 조증이 올라오고 있는 건가요?"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으셨다.
오히려 균형만 맞춘다면 그런 공허함, 무기력증 같은 걸 생각하지 못하게, 정신없이 할 수 있는 무언갈 찾으라 권한다고... 그런 걸 찾으신 거 같다고...
물론 거기에만 빠져서 모든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다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기는 싫지만, 일은 하고 있고, 밥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물론 하루 한 끼 먹을 때가 훨씬 많기 하지만), 잠도 12시나 1시에 자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여전히 뇌기능이 저하된 건 맞는 것 같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뇌기능은 저하되어서 논리적으로 앞뒤 상황이 안 맞는 글을 쓰고 있다.
앞에선 이렇게 말을 해 놓고, 뒤에선 다르게 말하는 식이다.
내가 써 놓고도 옛날 같았으면 실수하지 않을 일들을 하는 식.
그런 거 보면 정말 내가 바본가 싶기도 하다. 역시 글쓰기도 머리가 좋아야 하나 싶다. 하하...
스스로 그런 걸 찾아내기 힘들어 일일이 적어놓고 비교하고 뒤를 분석하고 있다. 안 그러면 금세 잊어버린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의사 선생님은 내게 목표가 생기면 더 좋겠다고 하였다. 목표가 없으면 더 우울해지는 경향이 심하다고 말씀하셨다.
삶의 목표가 없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병에 걸리는 건가요?라고 묻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 그런 것보다도 내가 병이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목표가 없는 것이 더 우울과 무기력증을 증가시키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일반적인 우울증과 무기력증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이 보인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열심히 집중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상담대기가 끝나서 상담을 받으면 훨씬 좋아질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약 용량은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묻기에 아직 우울감이 심하니 약용량을 올리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약 용량을 조금 더 올렸다.
내 병의 시발점은 어디였을까?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일단 약을 열심히 먹고, 병이 재발되지 않게 하는 것과, 내 우울함을 조금 더 정상인처럼 끌어올리는 게 일단 목표다.
아직은 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우울감이 떨쳐지질 않으니... 약 용량이 조금만 더 올라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나는 사실 조증보다는 우울단계가 심하니 (조증은 약조절로 충분히 잘 잡히고 있는 것 같고...) 이게 얼마나 조절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정상인 같은 회복탄력성까지만 올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만이라도 회복할 수 있기를... 땅굴만이라도 파고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