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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아래 첫 집 1

프롤로그

by 하리

입춘이 지났다. 어딘가에서 봄기운이 날 법도 한데 참 더디다.

왕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바람과 구름이 지나가고 차도 지나간다. 멀어질 듯 더 가까운 가족들도 언뜻 보이는 것 같다.

울다 웃다 후다닥 , 어느새 이순 고갯마루 오른 지도 몇 해가 지나갔다.


여전한 듯 여전하지 않은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고 또 쌓일 작정이다. 꼬불꼬불 들길을 오르내리며 언덕 같은 논자락에다 집 지어놓고 삼십 년 이상을 살았다. 이 집에서 낮은 일하고 밤엔 공부하는 마음으로 사는 동안 태어난 아이들은 날마다 도란대며 자라선 어느새 제길 찾아갔다.

오래도록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외딴집이다가 이제는 주변에 열 가구가 넘다 보니 당산아래 첫 집이 되었다. 그간 미처 떠올리지 못한 추억 되새기며 이웃과 즐거운 노년을 맞이하고프다.

굳이 '당산'을 언급하는 것은 종교 갈등과 나빠진 건강 회복에 있어 부부간의 합의가 유일하게 이뤄진 장소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들은 마치 삶이란 연극 무대 위에 오른듯한 때와 끝난 뒤 같은 때에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부여잡으려 노력한 삶의 또 다른 해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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