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고 있으니 뭐라도 더 해봐야지 하다가도 주춤하던 어느 날이었다. 책장 앞을 서성대다 눈에 띄는 것이''지그 지글러' 작의 책이었다. 그냥 제목만으로도 내게는 큰 자극이었다. 정말로 내 몸 상태는 오늘 변하지 않으면 안 될 단계까지 와 버렸으니 말이다. 몇 장 읽자마자 날마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 고하고 싶어 카카오 프로필 사진 속에도 넣었다.
나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 같은 작은 행위의 변화에도 실행하는 데는 단계가 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봄이 마당 앞까지 도착했는지 황금빛 잔디가 곧싹이 날 것만 같은 3월인데도 우리 집은 애초에 난방이 잘 안 되어 춥고 또 어두운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몇 해 전 새로 아랫 채를 놓았다. 다행히 남향이긴 하지만 바닥이 떠 있는 컨테이너로 맞춘 방이라 추운 건 피장파장이다.
오래 춥기만 하던 겨울 끄트머리쯤종종 마 당으로 눈길이 갔다. 어쩌면 잔디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탁자만 있으면 낮에는 마당에서 지내면 좋겠다 싶었다. 이전 같으면 생각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을 텐데 이번에는 곧장 인터넷으로 찾기 시작했다. 파라솔과 의자까지 딸려있는지, 소재는 어느 게 좋을지, 혹 다리받침 때문에 잔디가 상하지 않을까?고심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당장에 살만한 여윳돈이 없고 보니 은근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누군가 쓰다가 내어놓은 낡은 탁자라도 얻어올까? 하고 졸지에 중고거래 앱인 당근도 깔았다. 틈틈이 당근 마켓을 들어가 보며 사흘은 족히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딱 한번 입었습니다'내지는 낡은 소파 나눔 합니다' 그런 사진 사이로 아이들 옷과 장난감이 대부분이지 내가 원하는 탁자는 일도 안 보여서 실망하고 있었다.
마침 방학이 끝난 막내딸이 학교에 간 날 저녁이었다. 갑자기 허전했다. 학교에 도착할 시간쯤 확인차 통화를 하다가 끊을 무렵이었다. 눈이 간 곳은 책장 옆에 삐죽이 나와있는 유리판이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 한동안 거실 좌탁 겸 식탁으로 쓰던 것이었다. 두께나 크기가 마당 테이블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게다가 한번 더 구운 것이라 튼튼한 편이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초등학교에서 얻어온 학생용 책상 위에 유리판을 얹고 보니 그럴싸했다.
남향인 데다 고개만 들면 산이 마주 보이고 뒤편은 아랫채가 있으니 바람을 애법 막아준다. 덕분에 따뜻한 마당에서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는 너끈히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힘들면 멍 때리다가 걷다가 라디오를 듣기도 하면서말이다.
어느새 한낮은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눈이 부신다. 그래서 야외용 파라솔은 눈 질끈 감고 사기로 했다. 이제는 테이블 주변에 놓아둔 화분들이 꽃을 피워주기만 하면 금상첨화다.
지나간 것에 얽매이고 내일에 거는 기대와 실망감으로 흔들리던 나를 벗어나 이순에 와서야 내 생에 전정한 봄날이라 명명하고 나니 평범한 일상에서 놓친 작은 행복감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이참에 이런저런 이유로 깊은 내면에 가둬둔 어둡던 마음의 창마저 활짝 열 일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오늘 변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마당 책상 만들기가 성공했으니 매일매일을 새롭게 각오할 일이다. 마치 처음 맞는 봄처럼 온 마음으로 날마다 벙긋벙긋 피어나서 몸도 튼튼해지고 글도 술술 쓰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