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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쌤 May 16. 2024

결혼 그리고 선생님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결혼식 가는 날보다

장례식 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카톡에 청첩장이 보인다.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보내셨다.

선생님의 자녀 결혼식에 초대 해 주셨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되니

시간의 흐름을 깨달을 수 없는 날이 더 많아졌다.

선생님은 모르실 수 있지만, 선생님은 나의 교직 생활에 멘토이시다.     


나의 얼굴을 잊을 만하면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몇 해 전에도 뵙고 싶은 마음에 돌연 저녁에 찾아뵙고, 사모님께 저녁 식사를 얻어먹었다.

(어머님께 받아먹는 식사처럼…….)

얼마 전에 뵐 때는 교감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사모님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선생님보다 사모님이 더 생각이 나는 이유는?

그 시절, 예쁜 젊은 여성이었고, 그리고 맛있는 밥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만난 시절은

나에게 최고의 암흑기인 00 공업 고등학교 재학 시절이었다.

여러 이야기는 많지만, 짧게 되새겨 보면,

선생님은 학교 내 동아리를 만드셔서, 불우한 학생들을 회원으로 모집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사비로 먹을 것과 잠자리까지 제공해 주셨다.

그 여러 명 학생 중에 한 명의 학생이 바로 나다.     


그 시절 선생님과 사모님은 젊으셨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갓난아기가 있었다.

그 갓난아기가 벌써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온 것이다.      


어떻게 신혼이면서 아이들에게 본인의 보금자리를 내어주실 수 있는가?

나중에 알았는데, 그 당시 선생님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

학생들의 잠자리를 위해 대출을 받아 방이 여러 개인 집에 전세로 계셨다고 한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00 공업 고등학생들을 현실적으로 안아 주신 것이다.

사모님께서 진라면을 끓여 주신 적이 있는데

라면의 면을 먼저 끓인 후 독기를 뺀 후 라면을 끓여 주신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라면의 면을 끓은 후 라면을 끓여 주었는데

진짜 라면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는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력히 이야기한 적이 있다.     


라면 하나 끓여 주시는 방법에서 느껴지시듯

불량스러운 학생들에게 정성껏 대해 주신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 나이 만으로도 50이 된 지금

난 어떤 교사일까?

그 대답은 훗날 나의 제자들에게 듣고 싶다.

그래도 선생님께서는 나를 만나면 자랑스러워하시면서 현재의 제자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고 하셨다.

측은함이 가득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촌놈이

아버지가 되었고, 교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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