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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하 Nov 28. 2022

야간 비행

달리는  덩어리가 후벼 파낸 공간을 메꾸려고

파괴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 폭발하듯

일정하게 찔러대는 엔진의 고음

울리는 땅, 진동

어거지로 어거지로 어거지로 해낸 이륙


가라앉은 먼지와 밤공기와 졸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바닥부터 뒤집으며

단단한 지표를 아주아주 혐오하듯

어거지로 땅을 박차고 날아가는 이유가 뭘까

짜증스럽게 잠을 깨우는 신새벽의 산속 발정 난 고라니 비명보다도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내면서


매끈하고 부드러운 너의 묘한 곡선은

고요한 공기를 헤집기 위한 기만이다

별과 가까워진다는 둥, 위에서 본 지구는 아름답다는 둥

제발 토역질 나오는 나르시시즘은 나에게 속삭이지 마라

넌 그곳에서 아득함과 죄스러움을 느껴라


썩어가는 낙엽의 역한 냄새와

손발 끝을 아리게 만드는 이 추위가

야간 비행보다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고서야

그제야

겨울비에 차갑게 달궈진 공기를 피부에 적시고

맨발로 비에 젖어 물컹이는 흙을 밟았다


드디어 조종사는 흙을 밟았다

중력과 싸운 몸은 떨렸다

그런데 힘을 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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