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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하 Jan 21. 2023

아이가 울고 싶어서 기껏 떠올린 생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가 혼이 났다

어린것의 몸집과 맞는

집에서 가장 작은 아이의 방에서 분을 삭인다.


분풀이

아이는 문을 세게 닫으려다가도 살살 닫고

소리 지르려다가도 베개에 얼굴을 박고

바닥을 찍으려다가도 발을 내려놓고

결국 북향의 작은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열고

얼굴을 내밀고

잠시 떨어지는 것을 상상했다


아이는 아직 사람의 죽음을 모른다

그런데도 자신이 죽은 후 슬퍼할 엄마를 상상했다

그렇게 해서 눈물을 내고

스스로를 산송장으로 만들어

분을 삭였다


그니까 천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처음부터 아이의 가장 큰 슬픔은 타인의 슬픔을 상상하는 것

때리지도 부수지도 소리 지르지도 문을 쾅 닫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슬퍼할 사람들에 대해 대신 슬퍼하는 것


아이는 커서

무엇 때문에 혼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어린것의 머릿속을 복기하며 슬픔의 원천을 찾을 뿐

언젠가 새겨진 큰 슬픔을 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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